대구시향 예술의 전당 공연 '호평'
곽승의 '운명'이 대한민국 클래식의 심장을 두드렸다. 힘과 기교가 절묘한 균형을 이룬 연주는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중앙 관객들에게 알리는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
지난 7일 오후 '교향악 축제'가 열린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나흘째 주자로 나선 대구시향이 베토벤 5번 교향곡 '운명'을 힘찬 코다(Coda)로 끝맺자 2천여 객석에서 갈채가 쏟아졌다. 꽉 눌렸던 감동이 일시에 터져 나온 느낌이었다. 이날 라디오 해설을 진행한 김방현 음악 평론가는 "너무 잘 알려져 선곡을 꺼리는 '운명' 교향곡을 선정한 것부터가 곽승이 가진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대구시향이 앞으로 더 큰 스케일의 곡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준 무대였다"고 말했다.
대구시향의 이날 공연은 전체 객석 2천249석(합창석 제외) 가운데 2천2장이 매표돼 일찌감치 관심이 모아졌다. 연주도 전체적으로 훌륭한 밸런스를 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첫 곡인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은 솔로 파트의 볼륨감과 긴장감이 어우러져 잘 준비된 느낌이었다.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호흡이 돋보였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베토벤의 '운명'. '너무 직설적으로 진지한 곡'이라는 선입견을 잊어버리게 할 만큼 객석의 감동을 끌어내는 연주였다. 빠르고 격렬한 음을 장악하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힘이 돋보였다. 김방현 평론가는 "젊은 연주자가 의외로 많고, 새 지휘자 취임 6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기대 이상의 연주를 보여줬다. 국내에서 이런 연주를 들은 관객은 매우 행복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공연은 지난달 31일 대구시민회관에서 열린 대구시향 정기 연주회 때보다 전체적으로 더 나아 오히려 아쉬움이 남았다. 같은 교향악단이 같은 곡을 불과 일주일 간격을 두고 연주하는데 이처럼 큰 차이가 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공연장의 수준 차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곽승 지휘자도 공연 직후 "소리가 이래야 한다"며 차이를 인정했다. 대구 관객들에게도 서울 연주와 같은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대구시향의 열악한 연습실 사정이나 노후한 대구시민회관의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대구문화예술회관 박명기 관장은 "오늘 대구시향의 연주는 강력한 리더만 있으면 어떤 소리도 낼 수 있는 훌륭한 교향악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대구 음악의 자존심을 관객들이 충분히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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