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11월 12일 안동에서는 임진왜란을 둘러싸고 서로 칼을 겨누었던 한·중·일 3국의 장수 후손들이 화합의 손을 잡았다. 이날 당파 싸움으로 서로 반목했던 가문의 후손들도 함께 자리해 400여년간 맺혔던 조상들의 앙금을 풀었다.
이날 행사장에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 침략의 선봉장이었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의 17대 후손인 고니시 다카노리(小西尊德·72), 명나라 원군을 이끌었던 이여송(李如松) 장군의 13대 후손인 리스거(41), 율곡(栗谷) 이이(李珥) 선생의 15대 종손인 이천용(65), 서애 선생의 14대 종손인 유영하(79)씨 등 6명이 참여해 '갈등을 풀고 화해의 새 시대를 창조하자'며 '화해의 불'을 지폈다.
또 이날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이었던 망우당 곽재우 장군과 만취당 권율 장군 등 일본 침략에 맞섰던 전국 대문중 후손들이 화해의 현장을 지켜보면서 전쟁으로 잉태된 3국 간 증오의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기로 했다.
또 화해의 불 점화식에는 조선시대 당파 싸움의 앙금을 푸는 뜻으로 정적들의 후손인 문중 대표가 동참해 화해의 의미를 더했다. 당시 동인으로 분류됐던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의 수제자로 온건파인 남인에 속했던 서애 선생이 율곡 선생을 태두로 한 서인에서 갈라진 노론, 소론은 물론 동인에서 갈라진 북인파의 공격을 받아 벼슬을 빼앗겼던 역사를 감안하면 이날 행사는 '용서와 화해'라는 의미를 담아내기에 충분했다.
화해의 불을 지핀 율곡 선생의 후손 천용씨는 "그동안 문중 간의 수백년 된 앙금이 남아 있어 지금까지 한번도 하회마을을 찾지 않았다"면서 "화해의 불에 그동안의 앙금을 말끔히 태워버렸고, 퇴계 선생의 문중 관계자들도 만나 화해를 제의했다"고 말했다. 엄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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