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실속은 크다'…뜨는 소형 아파트

입력 2009-04-09 06:00:00

"부동산 경기 침체, 소형 아파트는 다릅니다."

지난주 분양에 들어간 대구 서구 '평리 롯데캐슬'(1천281가구) 청약 결과가 공개되면서 '소형 아파트' 경쟁력이 새삼 주택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7개 평형에 대한 청약에서 대부분이 미달을 기록했지만 83㎡(25평)아파트만 청약 경쟁률이 1.8대1을 기록한 것. 금융감독원이 집계해 발표하는 청약결과에서 2007년 이후 대구에서 경쟁률이 1.8대1을 기록하기는 사실상 처음이다.

주택업계 관계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고 수요층도 두터운 소형 아파트의 인기를 청약 결과로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점차 늘어나는 소형 아파트 공급에 더욱 탄력이 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형 아파트의 경쟁력

기존 '20평형'대 아파트가 새로 각광을 받는 이유는 부동산 시장 내외적 환경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분양가 고공행진'과 '대형화' 경쟁이 벌어지면서 소형 아파트가 공급시장에서 거의 사라진 반면 갈수록 수요층은 넓어지고 있다는 점.

대구 지역에서 2005년 이후 입주 아파트 중 주택공사나 도시공사, 재건축 아파트를 빼고는 소형 아파트 공급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인구 노령화와 독신 가구 증가 등으로 가구 구성원 수가 줄면서 소형 아파트에 대한 인기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대구시가 발표한 '지역 주택 수요 조사'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대구지역에서 연간 1만~1만5천 가구 정도 공급이 필요하며 이중 전용면적 60㎡ 이하의 소형 아파트 수요가 51% 정도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소형 아파트의 또다른 경쟁력은 평면의 변화.

발코니 확장 합법화로 분양면적 기준으로 볼 때 80㎡형 아파트가 기존 110㎡형과 동일한 전용면적을 갖게 된데다 다양한 수납공간 채택 등으로 주거 편의성도 상당히 높아졌다.

소형 아파트의 인기는 시장에서 바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대단지 재건축 아파트가 잇따라 입주하면서 대량 미분양으로 홍역을 치렀던 달서구 성당동 지역의 경우 현재 80㎡형 아파트는 빈집을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전세 가격 또한 8천만원 전후대로 110㎡형과 동일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분양대행사 장백 박영곤 대표는 "소형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격은 물론 관리비가 저렴한데다 2~3인 가구가 생활하는데 별다른 불편이 없고 경제위기까지 맞물려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외곽 택지 지역을 빼고 도심지내는 소형 아파트 공급이 모자라 이러한 인기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소형 아파트 공급이 거의 없었던 수성구 범어동이나 황금동의 소형 신규 아파트의 경우 3.3㎡당 매매 가격이 800만원에서 1천만원까지 형성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시공사도 소형 아파트 공급에 주력

2000년 이후 중대형 아파트 공급에 매달렸던 시공사들도 최근들어 사업 방향을 '소형'으로 잡고 있다.

소형 아파트가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미분양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 실제 2만1천 가구에 이르는 대구지역 미분양 아파트 중 소형 아파트는 430가구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분양에 나서는 시공사마다 소형 아파트 공급을 늘려잡고 있다.

서구 '평리 롯데캐슬'을 비롯해 한라건설(달성군 세천), 대구도시공사(달성군 죽곡, 달성2차), 주택공사(북구 칠성) 등이 소형 아파트 비율이 높은 단지를 분양할 계획이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신규 추진 단지는 물론 이미 사업 승인을 받은 곳 중에도 설계 변경을 통해 소형 비율을 높여 단지 구성 변경을 추진하는 곳이 늘고 있다"며 "소형이 사업성은 떨어지지만 미분양 부담을 줄일 수 있는데다 발코니 확장을 하면 집이 넓어져 상대적으로 많은 수요층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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