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쏘시개' 대구경북 올해 산불 91건…전년比 3,4배↑

입력 2009-04-08 09:53:32

대구경북이 전국에서 산불 위험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나타났다. 지형·산림 조건은 물론이고 오랜 가뭄으로 바짝 마른 산과 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대구경북이 가장 위험한 산불지역으로 판명됐다. 전문가들은 작은 불씨만 튀어도 대규모 산불로 번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7일 현재 산림청 산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대구의 산불위험지수는 89.4로 전국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경상북도 산불위험지수는 84.6으로 제주(85.1)에 이어 세 번째다. 산불위험지수는 기상조건(온도·습도·풍속 등)과 지형(고도·방위), 산림조건(침엽수·활엽수·혼효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산불위험도를 예측한 지수로, 86을 넘어서면 '매우 위험' 수준으로 분류된다. 대구는 전국 유일의 '매우 위험'한 산불지역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대구경북의 산불위험지수가 큰 것을 극심한 가뭄 탓으로 풀이하고 있다. 지난달 대구에 비가 내린 날은 열하루간이지만 내린 비의 양은 한 달 치를 모두 합쳐야 고작 19.2㎜에 불과했다. 비가 내리는 시늉은 했지만 강우량이 0이었던 날이 닷새나 됐으며, 비의 양이 10㎜를 넘어서는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올 들어 1~3월 동안 내린 비의 양은 49㎜로, 지난해 같은 기간 69㎜의 70% 수준이다.

이달 들어서도 열이틀째 지속되고 있던 건조주의보는 대구경북 곳곳에서 '건조 경보'로 대체되고 있다. 대구기상대는 "6일 오후 4시를 기점으로 대구와 칠곡·군위·경산에 건조경보가 발령됐으며, 7일 오전 4시 구미와 김천·성주·고령·청도에도 역시 건조경보가 발령됐다"고 밝혔다.

'건조 경보'는 실효습도(당일 습도 외에 전날과 전전날의 평균 습도를 고려하여 나타내는 습도)를 기준으로 25% 이하일 때, 건조주의보는 실효습도 35% 이하일 때 각각 발령된다.

올 들어서는 지난해에 비해 유난히 산불 발생이 잦았다. 대구에서는 올 들어서만 8건의 산불이 발생해 4.7ha를 태웠고, 경북에서는 83건의 산불로 인해 144ha의 산림이 소실됐다. 지난해 대구가 2건(0.96ha), 경북이 29건(9.17ha)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건수로는 3, 4배이고 피해 면적으론 10배 이상 늘어났다.

산불감시를 위해 들인 비용만도 해도 수백억원을 넘어서지만 곳곳에서 발생하는 산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산불이 많은 경북에서는 산불예방 장비와 인력 등을 위해 모두 218억원의 예산을 투자하고 있고, 대구에서는 9억4천만원의 예산을 들였다. 감시 인력만도 경북은 3천200여명, 대구는 570여명에 달한다. 대구시는 앞산 6대, 팔공산 5대, 대니산 3대 등 모두 34대의 산불감시카메라를 설치해 24시간 산불 발생 상황을 감시 중이며 경북도에는 모두 61대의 산불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난해는 기상여건이 좋았지만 올해는 좀처럼 가뭄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산불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게다가 다음주까지 비 예보가 없어 산불 예방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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