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지음/창비 펴냄
섬진강과 함께 하는 시인 김용택이 57편의 시를 묶어 열번째 시집을 냈다. 시인은 한국 농촌시와 서정시의 전형을 창조한 이래 20여년간 '고향'의 상징이 돼 왔다. 고향 모교인 덕치초교에서 40여년 교직에 몸 담으며, 근대화로 피폐해진 농촌의 실상과 자연을 담았다. 시집 '수양버들'은 바람에 한껏 날리는 수양버들 가지처럼 춘정으로 터질 듯 차오른 감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짧은 수필처럼 삶을 읊조린 산문시 '폐계', '세희', '손톱'이 있는가 하면 '아이가'처럼 짧은 선문답도 있다. '길가에 두꺼비 한 마리가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쪼그리고 앉아 가만히 들여다보니, 두꺼비가 끔뻑 끔뻑 눈을 떴다 감았다 합니다. / 야, 너 나 아냐?' 두꺼비가 아이를 모르듯 우리가 시를 알까? 시인 도종환은 '추천사'를 통해 "김용택의 시에는 오래된 흑백사진 속에서 만나는 애잔한 풍경들이 들어있다"고 했다. 시는 한참을 곱씹어야 서서히 제 맛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맛 속에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걸쭉한 추출액처럼 담겨있다. 시인은 풀잎 돋는 강변에 엎드려 이렇게 썼다. '그런데, 봄이다.' 세상은 아직 춥기만 한데, 말도 없이 봄이 와 버렸다.
108쪽, 8천500원.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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