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는 장사가 없다고요? 요즘 집 장사는 다릅니다."
주택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적자 분양'에 나서는 시공사들의 하소연이다.
어쩔 수 없이 신규 분양에 나서면서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분양가를 사업수지 밑으로 책정하거나 줄지 않는 미분양을 털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며 분양 조건 변경에 나서는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
주택업계 관계자들은 "몇년 전부터 주택시장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부지를 매입한 뒤 사업을 중단한 업체 중 일부가 경기 회복세는 더디고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부담을 덜기 위해 적자 분양에 나서고 있다.
◆집 장사 정말 적자일까
올봄 1천 가구 규모 아파트 분양을 추진 중인 A업체는 현재 예상 적자가 200억원이 넘는다고 했다.
공사 착공은 했지만 분양이 1여년간 미뤄지면서 금융회사 차입금으로 사실상 외상공사를 해왔는데 지난해 유류 파동으로 원자재값이 대폭 오른데다 초기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분양 가격을 대폭 낮춘 때문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공사 시작 이후 철근값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사업 초기보다 자재비만 100억원 이상 올랐지만 미분양 부담을 피하기 위해 원가를 무시하고 분양가를 정했다"며 "내년 상반기 입주까지 계약률이 저조하면 금융 비용 부담으로 인한 적자폭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올가을 달서구에서 700가구 분양을 준비 중인 B업체는 현재 적자를 300억원 정도 예상하며 사업 준비에 나서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 2006년 시행사와 도급계약을 한 이후 사업성이 없다며 계약 포기를 선언했지만 시행사와의 소송에서 패소해 어쩔 수 없이 분양 준비에 들어간 상황.
이달 중순 수성구에서 미분양 아파트 재분양에 들어가는 C업체의 경우도 적자폭이 1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적자 분양 단지 늘어날 듯
시공사들이 '적자 분양'에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손실금을 한푼이라도 줄이기 위한 것.
미분양 아파트의 경우 조건변경 없이 '호시절'을 기다리며 버티기에 들어갈 경우 은행에서 빌린 공사 대금 이자가 만만치 않은 실정. 여기다 단기간내 미분양이 팔린다는 보장도 없다.
이에 따라 적자 분양 단지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1천500억원을 들여 달서구 월배지구 땅 4만㎡를 2006년 매입한 D시행사는 분양시기를 내년 중반에서 올가을 이후로 앞당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시행사 관계자는 "3년간 이자 및 인허가 비용으로 들어간 돈만 300억원에 이른다.
"최소 원가에다 적정 이익을 반영한 분양가로 아파트를 팔기가 당분간 어려울 것 같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분양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구 지역에서 이처럼 사업 부지를 확보한 뒤 분양 일정을 연기하고 있는 단지는 줄잡아 30~40여 곳에 이르고 있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대구 주택시장 침체가 2006년 하반기부터 시작되면서 시공·시행사들이 3년째 버티기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지친 상태다. 확보한 땅을 팔기도 쉽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식 분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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