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이 왜 한국폴리텍IV대학 졸업생을 탐낼까?

입력 2009-04-07 09:17:11

▲ 일본 이오기 제작소로 취업이 확정된 한국폴리텍Ⅵ대학 대구캠퍼스 졸업생(오른쪽 3명)들과 이 회사 곤도 야스히로(〃네번째) 전무, 손명숙(〃다섯번째) 학장이 담당교수로부터 실습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김태형 기자 thkim21@msnet.co.kr
▲ 일본 이오기 제작소로 취업이 확정된 한국폴리텍Ⅵ대학 대구캠퍼스 졸업생(오른쪽 3명)들과 이 회사 곤도 야스히로(〃네번째) 전무, 손명숙(〃다섯번째) 학장이 담당교수로부터 실습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김태형 기자 thkim21@msnet.co.kr

"일본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실무능력을 갖춘 젊은 인재들을 한국폴리텍Ⅵ대학 대구캠퍼스에서 직접 골라 채용한 후 생산 현장에 투입한 결과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이 때문에 이 대학 출신들을 더 채용할 것입니다."

일본 도쿄도(東京都) 나시토쿄시(西東京市)에 있는 반도체와 진공 장비에 들어가는 정밀기계가공 전문업체인 (주)이오기(井荻)제작소의 곤도 야스히로(48) 전무는 지난주 장영걸(48)한국지사장과 함께 한국폴리텍Ⅵ대학 대구캠퍼스를 방문했다. 지난해 이 대학 출신 4명을 채용해 회사 현장에 투입해 본 결과, 대만족이어서 올해 채용이 확정된 4명도 적응훈련을 잘 받고 있는지 일본어 실력은 늘었는지 등을 점검차 찾은 것.

1946년 곤도 전무의 할아버지가 창업한 이 회사는 아버지에 이어 형이 3대째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연간 매출액 5억엔, 종업원 40여명의 중소기업이다.

곤도 전무는 "일본에서도 젊고 우수한 인재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바람에 실력있는 젊은 기술자들을 구하기 어렵다"며 "한국의 폴리텍대학이 기술전문 교육기관으로 실무 중심의 기술자들을 양성한다는 사실을 알고 우리 회사에 필요한 인재를 이 대학에서 찾기로 했다"고 채용 배경을 설명했다.

그가 처음 한국폴리텍Ⅵ대학 대구캠퍼스를 처음 찾은 것은 2007년 1학기 때. 일본에는 없는, 2년에 걸쳐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한국폴리텍대학이 이채롭게 다가왔다. 직접 커리큘럼과 실습장 등을 꼼꼼하게 살펴본 후 2007년 11월말 이 대학과 이오기 제작소는 기술협력과 취업 알선,공동 연구를 진행한다는 국제 협약을 체결했다.

곤도 전무는 장영걸 한국지사장과 함께 지난해 3월 이 대학에서 취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이오기사에 취업을 희망하는 당시 2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서류심사와 몇차례의 면접을 통해 최종 4명의 취업예정자를 선발했다. 이들 4명은 이 회사가 지정한 대구시내 일본어학원에서 일본어를 배우고 한국지사에서 현지 적응 훈련을 하면서 졸업 후 바로 일본 회사로 건너가길 기다렸다.

하지만 일본의 반대가 심했다. 일본에도 기술자들이 있는데, 왜 한국에서 데리고 오느냐는 것.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어렵게 취업비자가 나왔고, 이들은 곧바로 생산 라인에 투입됐다.

이들은 4년 동안 이 회사에 근무한다는 조건으로 일본 현지 노동자들과 똑같은 연봉 350만엔(한화 5천여만원)을 받고 일하고 있다. 기숙사 비용은 회사와 반반씩 부담한다.

곤도 전무는 "이 대학 출신들이 실무 중심으로 교육을 잘 받아 생산 현장에서 너무 잘 적응하고 있다"면서 "먼저 채용한 4명의 기술력을 볼 때 이 대학 출신들을 계속해서 채용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또 지난해 1학기 때 이 대학에서 2차 취업설명회를 개최했고, 20여명의 지원자 중 김원섭(28)·김병준(24)·박원규(26)·권영덕(24)씨 등 4명을 선발했다. 모두 1∼2개의 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이었다.

이들 4명은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일본어학원에서 7개월 동안 일본어 공부를 하고 한국지사에서 현장 실습과 일본 회사에 1주일 동안 연수를 다녀 오는 등 적응교육을 받은 후 최종적으로 올해 3월 채용이 확정됐다. 이달 중순 일본 취업 비자가 발급되면 일본으로 건너 간다.

김원섭씨는 고교졸업후 여러곳의 공장에서 일하다 26살 때 이 대학에 늦깍이로 입학을 했다. 그는 "대학에서 실기 실습 위주로 배운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본에 가서 젊은 나이에 남들보다 많은 연봉을 받으며 일할 수 있게 된 선택받은 사람"이라며 "일본의 선진 기술을 배워 오겠다"고 말했다.

박원규씨는 군 입대전에 4년제 대학을 다니다 군복무 후 기술을 배워 빨리 취업을 하겠다며 진로를 수정했다. 고교시절부터 사장의 꿈을 키워 온 권영덕씨는 "열심히 일본어를 배우고 선진 기술도 익혀 나중에 사장이 되는데 밑거름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국폴리텍Ⅵ대학 손명숙 학장은 "요즘처럼 취업하기 힘든 시기에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글로벌 '명품 기술인재'양성을 통해 일본 회사에도 2년 연속 4명씩 모두 8명이 취업을 했다"면서 "앞으로도 '평생 기술로 평생 직업을'이라는 대학 슬로건에 맞게 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맞춤형 기술인력들을 양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폴리텍Ⅵ대학은 2년제 산업학사학위과정(대구·구미캠퍼스)과 1년제 기능사과정(달성·포항·영주·김천캠퍼스)을 통해 실무중심의 기술자 양성과 산업체 재직자들을 대한 직무능력향상교육, 실업자나 미취업청소년·다문화가정·지역주민 등의 취업을 돕는 단기과정의 국책특수대학이자 공공교육훈련기관이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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