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많이 썼는데…" 생활용품 '석면쇼크'

입력 2009-04-03 10:03:23

유아용 베이비파우더에서 시작된 석면 공포가 여성 화장품과 각종 생활용품 등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시민들은 "멜라민파동에 이어 하루 걸러 먹을거리·생활용품 파동이 터져나와 안심하고 살 수가 없다"며 분개하고 있다.

◆생활 곳곳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석면

베이비파우더에서 검출된 석면 공포가 여성화장품과 의약품으로 옮겨가고 있다. 석면이 검출된 베이비파우더에서 문제가 된 원료인 '탈크(talc·활석·滑石)'가 파우더·파운데이션·트윈케이크 등 피부색을 밝게 하는 제품과 아이섀도 등의 색조 제품 등 여성 화장품 상당수에 사용되기 때문. 탈크는 의약품 코팅 소재와 살충제 희석제 등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석면은 중피종, 폐암, 석면폐 등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다.

직장인 김준경(27·여)씨는 "적어도 20대를 넘어서면 화장을 시작하는 여성들은 수십 년씩 석면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 아니냐"며 "지금껏 석면 성분 하나 규제하지 못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뭘 했느냐"고 불평했다. 석면이 냉장고, 자전거, 자동차 브레이크 등 일상 생활용품에도 대량 사용된 것으로 나타나 시민들을 충격에 빠졌다.

2일 환경부가 공개한 '가정용품의 석면 함유 실태 및 방출 가능성 조사' 연구에 따르면 냉장고·에어컨 등 25종 235개 생활용품의 석면 함유실태를 조사한 결과, 냉장고·가스보일러·김치냉장고·세탁기·자전거·소형 오토바이 등 6종 32개 제품에서 검출됐다.

냉장고의 내부 공기압축장치인 컴프레서 내부 부위에서 석면이 전체 부품의 40%를 차지했으며, 자전거 16개 제품 중 3개 제품의 브레이크 패드에서도 최대 10%의 백석면이 나왔다. 주부 이은경(39)씨는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같은 생활용품 곳곳에 석면이 숨어있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고 말했다.

◆믿을 것 하나도 없다

석면 사태에 이어 "삼켜도 무방하다"고 표시돼 있던 어린이 치약이 허위·과대광고로 밝혀져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식약청은 "어린이 치약 97개 품목 가운데 6개 업체가 제조한 8개 어린이 치약이 '삼켜도 안전하다'고 표시 및 광고를 하고 있지만 먹어도 되는 치약은 없다"며 "치약을 삼키면 그 속에 함유된 불소를 과다하게 섭취해 불소증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3일 밝혔다. 불소증이란 불소를 장기간 과다 섭취할 경우 이·뼈·신장·신경계·생식계 등에 나타나는 병적 증상을 말한다.

이에 대해 주부들은 "세상에 믿을 것 하나도 없다"며 "아이들 상당수는 달콤한 맛이 나는 치약을 그대로 삼켜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 사실을 이제 알리는 이유가 뭐냐?"고 흥분했다.

주부 황선주(31·수성구 매호동)씨는 "어릴 때는 파우더를 아이 피부에 뿌렸고 지금은 벌써 2년 넘게 어린이 치약을 썼는데 도대체 어떻게 아이를 키우라는 말이냐"고 분노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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