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200선 안착…계속 가나, 마나

입력 2009-04-03 08:47:26

# "어휴, 이제 점심 오래 못먹어요" 대구시내 증권맨들의 점심 식사 시간이 짧아졌다.

# "어이구, 이거 그 때 파는게 아니었는데. 오늘 10% 가까이 올랐네" 직장인들의 손가락 움직임이 빨라졌다. 휴대전화창의 주식시세를 연신 들여다보며 탄식을 쏟아낸다.

코스피지수가 1,200선에 안착한 이후 급등세를 지속하자 주식 시장에 다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 증시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다시 쏟아지고 있다. "내릴만큼 내렸다. 이제 랠리가 시작됐다"는 목소리도 터져나온다.

하지만 본격적인 상승이라고 보기엔 이르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워낙 심하게 당한 만큼 바닥을 확실히 확인하고 들어가야한다는 것이다.

◆주가 이제 뜬다

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3.61포인트(3.54%) 급등하면서 1,276.97을 나타냈다. 올들어 최고치인 것은 물론, 1,340.28로 마감했던 지난해 10월15일 이후 최고 수준이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4일 1,200선을 돌파한 이후 같은달 30일 1,197.46으로 미끄러지기도 했지만 이후 연일 상승하며 고점을 높여나가고 있다.

특히 2일은 외환보유액 증가 소식 등에 따른 원/달러 환율 급락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 등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수에 나서면서 가파른 상승을 기록했다.

최근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자 주요 증권사들도 잇따라 목표지수를 올려잡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투자증권은 2일 2분기 코스피가 1,120~1,490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말 내놨던 올해 연간 전망(907~1338) 최고치보다 152p나 높은 수치다.

지난달말 토러스투자증권은 2분기 코스피 고점을 1,500으로 잡았고, 하나대투도 최대 1,380까지는 상승 모멘텀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굿모닝신한증권 등 다른 상당수 증권사도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와 함께 4월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1,350선 안팎까지 상향조정한 상태다.

증권사들이 2분기 목표주가를 높여 잡은 배경에는 경기바닥론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이날 기관과 외국인 투자심리 개선에 기여한 미국 경제지표 개선 등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징후가 발견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던 MMF(머니마켓펀드) 설정액이 최근 열흘간 5조원 가량 감소했고, 고객예탁금은 2007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3조원을 웃돌아 국내 증시로 부동자금 유입 조짐이 보이는 등 증시를 둘러싼 우호적인 여건도 증시 강세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세와 외국인의 매수세도 증시 상승 동력으로 꼽히고 있다.

더욱이 지난달 무역수지가 월 단위로는 사상 최고수준인 46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고, 2월 광공업생산이 5개월 만에 급락행진을 멈췄으며, 경기선행지수도 15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암초가 있다

1분기 실적 등 증시의 변동성이 여전히 강한만큼 지나친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 금융권 부실 등 해외 요인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나빠지거나 일부 개선된 경제지표들이 뚜렷한 회복세로 이어지지 않으면 언제든지 급락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각 증권사들은 코스피지수를 2,000선까지 전망했으나 반토막까지 나면서 1,000선이 무너지기도 했었다.

김인숙 SK증권 대구성서지점장은 "너무 강하게 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염려스러운 점이 많다.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개인은 팔고 외국인들과 기관이 시장을 주도하는 것도 불균형이다. 시장이 갑자기 돌변할 수 있다. 항상 돌아설 것에 대비하는 자세가 좋다"고 했다.

김 지점장은 또 "지금 당분간은 IT와 자동차가 좋을 것"이라며 "시장의 변동성이 많다는 점은 반드시 알아둬야한다"고 말했다.

박의환 우리투자증권 대구범어지점장은 "지금 들어가는 것은 다소 늦었다. 곧 조정이 있을 것이다. 여러가지 낙관론이 나오고 있지만 지금이 좋은 장은 아니다. 확인을 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소폭의 조정이 있지 폭락세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시장에 유동성이 워낙 많은 점을 감안할 때 폭락장세는 나타나기 어렵다. 건설·자동차·IT가 주도주가 된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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