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태 못 열리는 청도 상설 소싸움

입력 2009-03-28 06:00:00

2009년 청도 소싸움 축제가 다음주 초까지 닷새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 하지만 올해 무대는 종래의 이서면 서원천 냇가가 아니라 화양읍 실내 소싸움장으로 바뀌었다. 말썽 많고 건설 부진하던 그 시설이 드디어 완공됐다는 얘기다.

청도군청이 96억 원을 들여 공공시설로 이 경기장을 건설키로 한 것은 1996년이었다. 그러나 차후 과정에서 포부는 더 커지고 계획은 확장됐다. 단순 관광산업이 아니라 갬블산업으로 격상키로 한 것이다. 시설이 1만1천여 개의 관람석을 구비한 널따란 돔 경기장으로 확대 구상되자 투자 규모도 자연스레 620억 원대로 커졌다. 군청이 댈 수 없는 나머지 돈은 운영권을 받는 조건으로 시공사가 마련키로 했다.

바로 그게 사단이었다. 군청 일을 대행하는 지방공기업 '청도공영사업공사'와 시공사 측 자금 조달을 위해 만들어진 '주식회사 한국우사회'의 이해가 엇갈렸다. 심각한 소송사태가 벌어지기까지 했다. 경기장 공사와 상설 소싸움대회의 개최가 지연되는 건 불가피한 일이었다. 우사회는 큰 적자를 낼 수밖에 없고, 본업엔 접근도 못 하게 된 공영공사 역시 매년 공공예산을 10억여 원씩이나 지원받아야 유지되는 처지가 됐다. 2000년 착공으로부터 치자면 벌써 10여 년째 그러고 있는 셈이다.

물론 양측은 사업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말 소싸움사업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는 등 처음으로 협상에 성과를 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은 결국 행정안전부가 나서서, 올해 말까지도 상설 소싸움경기를 열지 못할 경우 공기업인 청도공사의 청산명령을 내리기로 한 상태다. 양측이 손을 맞잡는다 해도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민간 운영자인 우사회에 더 큰 권한을 주는 쪽으로 관련법을 개정하는 등 힘든 과제가 기다린다는 주장도 있다.

엄청난 공공 예산과 민간 자금이 투입된 사업이 이렇게 오래 표류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엄청난 손실이다. 한때 청도에 큰 희망이 됐던 이 사업이 군민들 가슴을 멍들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경기장이 완공됐으니 이제 여건도 나아진 편이다. 행안부가 정상화 이행 실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나섰으니 그 힘에 밀려서라도 어쨌든 성과를 내야 한다. 책임 있는 관계자들이 목숨을 거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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