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시인이며 평론가, 극작가인 T.S 엘리어트는 '황무지'라는 시를 통해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다. 흔히 봄은 화려하면서도 슬픔을 간직한 계절로 표현된다. 그래서 봄은 검은색의 이미지도 갖고 있다. 봄을 상징하는 검은색은 여러가지 형상으로 나타난다.
◇ 남성 패션 블랙수트 바람
올봄 남성 패션에 블랙수트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블랙수트 바람은 연예계에서 불어오고 있다. 지난달 열린 '2009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레드카펫 주인공은 꽃미남들이었다. 인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 이민호 김현중뿐 아니라 소지섭 주지훈 등 톱스타들의 화려한 패션이 화제가 됐다. 그들이 선택한 옷이 바로 블랙수트였다. 이민호는 나비 넥타이를 곁들인 클래식한 블랙수트, 주지훈은 칼라에 포인트를 준 드레시한 블랙수트, 소지섭은 광택이 도는 원버튼 블랙수트에 검정색 셔츠로 차별화된 멋을 연출했다.
또 1년 6개월만에 정규 3집앨범을 들고 가요계로 컴백한 슈퍼주니어도 지난 13일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뮤직뱅크'에서 블랙수트를 입고 등장,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다.
블랙수트는 기본적인 스타일의 옷이지만 격식을 갖춘 자리에서 돋보이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남자들이 면접 등 특별한 행사에 많이 입는다. 올해는 바지 통이 좁은 슬림한 스타일로 몸매를 돋보이게 하는 제품이 유행 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랙수트를 고를 때는 허리선을 살려주면서 날씬해 보이는지를 확인하고 어깨가 잘 맞는지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 신랑 예복
봄은 결혼의 계절이다. 신랑들이 많이 입는 예복이 바로 검은색 턱시도다. 새하얀 신부의 웨딩드레스와 조화를 잘 이루기 때문이다. 올봄의 결혼 길일은 주말보다 평일에 더 많이 몰려 있다. 4월의 결혼 길일은 4, 5일과 14, 15, 5월은 3, 4일과 13, 14, 23일, 6월은 1, 2일과 11, 12, 21, 22일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결혼 날짜는 신랑'신부 부모들이 결혼 당사자들의 사주를 보고 잡는다. 결혼하는 커플의 80% 이상이 주중보다는 주말에 예식을 올린다. 길일 중 주중이 많아 올봄 지역 예식장은 주말에 유난히 붐빌 것으로 예상된다.
◇ 실업의 그림자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12만8천명으로 전달보다 3천500명(37.6%) 늘어났다. 1996년 7월 실업급여가 도입된 이후 월별 통계로 가장 높은 수치였다. 실업급여 신청자 수가 급증한 것은 불황으로 비자발적 이직자가 늘어난 데다 실업급여 신청률도 가파르게 치솟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2월 비(非) 자발적 이직자 수는 16만7천924명으로 전달보다 4천여명 증가했다. 같은 달 실업급여 신청률은 84.4%로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급증했다. 어려운 고용사정을 반영하듯 고용지원센터를 통한 구인신청은 6만3천158명으로 지난해 12월보다 5.9% 감소한 반면 구직신청은 22만9천743명으로 9.4% 늘었다.
또 지난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는 2천274만2천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14만2천명이 감소했다. 실업자는 92만4천명(실업률 3.9%)인 것으로 집계됐다. 청년실업률도 지난해보다 1.4% 포인트 늘어난 8.7%를 기록했다. 실직 가정에게 올봄은 유난히 잔인하게 다가온다. 계절의 봄은 왔지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은 아직도 겨울이다.
◇ 자살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자살이 가장 많이 증가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최근 탤런트 장자연과 가수 이창용이 잇따라 목숨을 끊음에 따라 봄철 자살경보가 울리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봄에는 자살 환자가 늘어나는데 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까지 더해질까 우려하고 있다.
흔히 '우울증=가을'로 생각하고 가을에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 빈번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각종 통계를 보면 봄에 가장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은 인구 10만명당 24.8명으로 암 137.5명, 뇌혈관질환 59.6명, 심장질환 43.7명에 이어 4위였다. 자살은 1997년 사망원인 통계에서 8위를 차지했으나 2005년 7위, 2006년 5위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2007년의 경우 1월 806명이었던 자살자 수가 3월에는 1천141명에 이르렀다. 2006년에는 자살 사고가 2월 816건에서 3월 1천6건, 2005년에는 2월 736건에서 3월에는 1천309건으로 증가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윤희씨의 석사논문 '2001∼2005년 한국에서 자살과 온도와의 관계'에 따르면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월별 자살자 숫자는 4월이 평균 32명으로 가장 많았고 5월은 31.7명, 6월은 30.1명이었다. 반면 1월은 18.8명, 2월은 24.1명으로 자살자 수가 적었다.
의학계에서는 봄철 자살은 계절성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계절성 우울증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뒤부터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른 봄까지 많이 나타나는데 자살의 위험성은 우울증 증상이 절정을 넘긴 시기인 봄철에 커진다는 것.
계절성 우울증의 원인은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의학계에서는 뇌안에 있는 생물학적 시계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전문가들은 계절성 우울증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 미리 대비하면 불의의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우울한 기분이나 일상생활에 대한 흥미의 상실이 2주 정도 지속되면 진료를 받아보라고 권유한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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