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서울교육 지방교육

입력 2009-03-26 10:49:04

대한민국이 서울과 비서울로 구분되는 시대에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분야가 교육이라면 사정은 좀 다르다. 두메산골이라도 교육열 하나만은 서울에 뒤질 게 없다는 의식 때문이다. 서울에 조금이라도 뒤처질까 싶으면 입을 모아 성토하고 따라잡기 경쟁을 벌여온 게 지금까지 우리 근현대 교육사다.

하지만 요즘 서울을 보면 교육열만으로는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심각한 격차를 느낀다. 특히 形骸(형해)만 남은 서울의 고교평준화는 지방 교육의 위기가 조만간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한다.

서울은 이미 외국어고와 과학고가 규모 면에서 전국 특목고의 절반을 차지하며 대학입시의 특별전형 분야를 별다른 경쟁 없이 점령해왔다. 여기에 이명박정부의 고교다양화 정책에 따라 2011년까지 25개 자치구별로 적어도 하나씩 자율형 사립고가 들어선다.

고교선택제가 시행되는 내년 서울의 고교평준화는 그야말로 종언을 고한다. 강북의 중학생이 강남의 고교를 지원해 당첨되면 입학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건 고교평준화의 전제를 교육당국 스스로 무시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은 자치구별, 고교별로 고교선택제와 자율형 사립고 대책 마련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고교다양화 정책이 완성되는 2011년 이후 지방의 고교들은 서울에 의해 하향 평준화할 공산이 크다. 특목고와 자사고 등 특수학교 졸업생이 한 해 평균 6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인데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 학생들이다. SKY대학으로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입학정원이 다 합해 1만2천 명 수준이니 대학입시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지방 일반고 나와서는 서울의 명문대 가는 걸 꿈도 꾸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 파다하다.

사정이 이런 데도 지방은 아직 캄캄하다. 대구 역시 자치구별 자율형 사립고는 꿈도 꾸기 힘들다. 자율형 사립고 전환 의사를 표시한 학교는 계성고 하나뿐이다. 고교선택제 역시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지만 교육청이 발표하지 않고 있다. 대구 전역-2개 학군-구별-거주지 순으로 선택하는 4단계 전형 방식이라는데 발표도 못할 거라면 연구용역은 왜 했는지 모르겠다.

서울부터 무시하고 있는 고교평준화를 비판도 못한 채 맥없이 붙잡고 있는 대구 교육 형편이 딱하다.

김재경 사회1부 차장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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