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건설 붐의 결과는 참혹하다.
경기 침체와 부동산값 하락으로 대구 곳곳에 중단된 아파트 건설은 언제쯤 재개될 지 가늠조차 어렵다. 대구시내에 이주나 철거가 늦어지고 있는 지구가 10여곳을 넘어서면서 '도심 슬럼화'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얼마나 되나?
달성군을 제외한 대구시내 7개구에서 재개발·재건축 혹은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예정됐던 곳은 모두 183곳에 면적만 637만6천915㎡에 달한다. 이는 대구스타디움 4천500여개에 달하는 면적. 대구 중구의 전체면적(700만㎡)과 비슷한 넓이다. 하지만 이 중 착공했거나 준공한 곳은 고작 8.3%(16곳·52만7천648㎡)에 불과하다.
대구스타디움 360여개 면적과 맞먹는 74곳, 259만1천615㎡ 넓이의 땅은 사업인가만 받은 후 토지 보상, 철거, 사업 추진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면서 도심 속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동네마다 펜스만 쳐 놓고 방치돼 있는 사업부지들이 넘쳐난다.
특히 낮에는 쓰레기 더미가 쌓여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밤에는 비행청소년들과 노숙자들이 드나드는 우범지대가 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주부 박현희(42·남구 대명동)씨는 "밤만 되면 어디선가 1t트럭이 나타나 쓰레기 더미를 내려놓고 간다"며 "아이들 통학로여서 교육상 문제가 많은데다 밤이 되면 겁이 나 아예 집을 나설 수조차 없다"고 했다.
나머지 93곳, 325만7천652㎡는 위원회만 구성한 채 사업추진이 중단되면서 향후 사업 진행 가능성조차 불투명한 실정이다. 한 조합원은 "대박을 예감하고 투자했는데 몇 년째 지지부진한 상태가 계속되면서 쪽박 찰 신세"라고 한탄했다. 중구의 한 재건축 지구 조합장은 "1지구는 벌써 지하 2층까지 공사를 한 상태지만 2, 3지구는 지난 1년간 사업자 선정을 위한 총회를 수십차례 열어도 시공사가 나서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민영아파트 사업승인을 받은 29개 단지 366만7천304㎡ 역시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마찬가지로 1년 넘게 지지부진한 상태를 보이는 곳이 대다수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 펜스만 친 채 폐허로 방치되고 있는 민영아파트 사업부지 쪽이 훨씬 문제가 심각하다"며 "철거가 중단된 한쪽에서 여전히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도 많아 위험성이 높다"고 밝혔다.
◆어떻게 할 것인가?
지지부진한 공동주택 건설사업을 활성화시킬 방법은 현재로서 전혀 없는 상태다. 지금도 미분양과 미입주 아파트 물량이 넘쳐나는 상태에서 어떤 건설사도 추가 건설에 나설 엄두를 못 내고 있기 때문.
주민들은 "동네가 이렇게 망가지도록 시에서는 뭘 하고 있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지만 사실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게 대구시의 입장이다. 대구시 도시재생팀 관계자는 "빠른 사업 진척을 위해 모든 행정 편의를 제공하고 있지만 건설사들이 원하는 것은 금융지원인데 지자체가 나서서 개별 사업자에게 지원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남구의 경우 시공사가 사업을 포기하거나 사업추진에 소극적인 곳이 6곳에 달한다. 남구청 관계자는 "매달 시공사에게 추진실적을 확인하고 독려하고 있지만 아파트를 짓는 것보다 포기하는 게 손실이 적다는데 설득할 방도가 없다"고 한숨만 내쉬었다.
부동산 114 이진우 대구지사장은 "미분양 물량을 할인 판매해 소진하라는 압력만 가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소비자와 공급자가 시장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접점을 제시하는 적극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임상준기자 news@ms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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