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돌풍 몰고 온 한국 야구, 성공 요인은?

입력 2009-03-24 08:31:43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주인공은 한국과 일본이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 중남미의 강호들을 제치고 당당히 결승전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위력을 떨친 한국 야구에 대해 전 세계가 주목했고 그 성공 비결을 궁금해 하며 분석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실력 향상이다. 현재 투수들의 기량은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할 때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당시엔 슬라이더와 커브 정도의 변화구를 구사하는 데 그쳤으나 지금은 빠른 공이라도 포심·투심·싱킹·컷 패스트볼, 스플리터 등 다양하게 던진다. 어느새 시속 150㎞를 넘나드는 공을 던지는 투수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구속도 빨라졌다.

투수들의 실력이 늘자 이에 맞서는 타자들의 기량도 향상됐다.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시속 140㎞를 던지면 강속구였지만 지금은 시속 150㎞에 달하는 공도 치는 타자들이 많다. 빠른 공이 시속 140㎞대 초반 정도인 외국인 투수들이 좋은 변화구가 없다면 국내 무대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것도 그 때문"이라는 선동열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말도 이를 대변한다.

또 한국은 상대 팀을 철저히 연구했다. 소위 '현미경 야구'라고 불리는 일본 역시 마찬가지.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실전에서 상대의 약점을 파고 들었다. 반면 미국과 중남미 팀들은 한국을 얕본 탓인지 상대 분석에 소홀했다. 한국과의 4강전에서 패한 베네수엘라만 해도 루이스 소호 감독은 경기 전날 비디오 자료를 보고 한국을 파악했다고 했을 정도였다.

'머니 볼'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은 '한 팀이 상대 전력의 15%만 돼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야구의 단기전'이라 했다. 더구나 한국은 베이징올림픽 우승팀, 일본은 제1회 WBC 우승팀이다. 이기려 했다면 준비를 했어야 했다.

연구와 분석에서 상대를 무너뜨릴 작전이 나온다. 한국은 빠른 발로 주자 견제가 쉽지 않다고 분석되는 상대 배터리를 흔들었고 일본은 힘을 앞세운 중남미 타선을 변화구로 요리했다. 그 같은 작전을 구사할 실력이 뒷받침됐음은 물론이다. 반면 한국과 일본 마운드를 상대한 야구 강호들은 팀 배팅보다 풀 스윙으로 일관했으니 허무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대회에 임하는 정신 자세가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 태극 마크가 각별한 의미를 갖고 일본도 애국심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많은 메이저리거들은 국가를 대표한다는 사명감이 한국, 일본과 비교가 되지 않을 수준이라는 것. 소속팀에선 수백만달러에서 천만달러를 넘는 연봉을 받는데 WBC 우승 상금(100만달러)에 신경 쓸 이유도 없다. 다치지 않는 것이 우선일 뿐.

메이저리거들은 몸을 늦게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제 실력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이는 '우리 집에 금송아지 있다'고 말하는 격이다. 이기고 싶었다면 제 실력을 보였어야 했다. 그만큼 한국은 강해졌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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