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곳곳 수천억 공사…패션·교육·의료까지 삼킬라

입력 2009-03-21 06:00:00

[DGFEZ, IFEZ에서 배운다] 현장에서 본 IFEZ(상)

▲ 인천 송도지구에서 건설 중인 동북아무역센터(65층·왼쪽)와 완공된 주상복합퍼스트월드 4개 동.
▲ 인천 송도지구에서 건설 중인 동북아무역센터(65층·왼쪽)와 완공된 주상복합퍼스트월드 4개 동.
▲ 인천 송도지구 인천타워(151층) 주변 조감도.
▲ 인천 송도지구 인천타워(151층) 주변 조감도.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에는 돈이 흐르고 있다. 수천~수조원대의 공사판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3개 지구의 주거공간은 절반 정도만 분양되어도 수지타산이 맞기 때문에 전국 유명 건설사들이 들어와 한 지구씩 꿰차 건설이 한창이다.

외국자본 유치성과도 적잖다. '외국인 직접투자' 금액은 2003~2006년까지 4년을 합쳐 1천500억원(1억2천600만달러) 정도지만, 2007~2008년은 매년 1천500억원 안팎의 투자유치 성과를 이뤄냈다. 올해는 더 탄력이 붙어 목표치가 5천억원(4억1천만달러)대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현실적 어려움도 적잖았다. 외국기업이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하고도 본 계약을 주저하며, 공사가 시작됐는데도 후속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차질을 빚기도 했다. 국내 대기업 역시 경제불황 때문에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대규모 건물들을 짓고 있다. 이 상황은 국내·외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DGFEZ) 역시 끝모를 경기침체에 시작부터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돈이 없어 허덕이는 현실이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선 '이곳에 오면 돈이 된다'는 비전을 심어주는 것이 시급하다. 국내·외 곳곳에 숨어있는 여유자금을 찾아 끌어와야 한다. '인천은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고 스스로 위로할 일도 없어야 할 터.

◆'뚝닥뚝닥' IFEZ는 변신중

"매달 한번씩 오는데도 올 때마다 지형이 완전히 달라져 있어서 길 찾기가 쉽지 않네요."

16일 오전 인천 송도지구에서 취재진을 안내한 IFEZ 홍보팀 직원의 말이다. 차량을 타고 이동하면서 창문을 열 수 없었다. 황사 때문이 아니라 덤프트럭이 일으키는 먼지 때문이었다. 공사용 모래와 흙을 나르는 덤프트럭이 운행 차량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였다. 황사 먼지가 방해해도 무더기로 몰려있는 샛노란 크레인은 한눈에 들어왔다. 전국의 크레인을 다 모아놓은 듯 오밀조밀 몰려 있었다. 주상복합아파트 건설 붐이 한창이던 4년 전 대구에서 본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크레인이었다.

함께 공사현장을 둘러본 인천 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도 길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 "올 때마다 지형이 완전히 달라져 있다"며 난감해하기까지 했다. 길눈이 어두운 것이라고 하기엔 취재진이 보기에도 '너무나 넓은 구역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공사였다.

17일 찾은 청라·영종지구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청라지구의 경우 명품 아파트단지 공사는 진행 중이지만,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국제금융단지 조성은 덩그러니 땅만 있을 뿐 투자자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서울 여의도나 강남에 있는 금융기업들조차 청라지구로의 사업 확장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다만 청라 유비쿼터스 홍보관과 GM대우의 R&D단지가 이 지구를 덜 외롭게 하고 있다.

영종지구 역시 개발이 더디기는 마찬가지. 국제공항, '공항 미니 신도시' '스카이72 골프장'만 모습을 갖췄을 뿐 대규모 복합레저도시 개발은 더디기만 하다. 운북 복합레저단지, 영종 하늘도시, 용유 드레곤시티·마린월드 등 거대한 계획들은 아직 실체를 드러내기에는 몇년이 더 걸릴지 모르는 상황. 하지만 지반공사는 진행 중이다.

◆'IFEZ, DGFEZ 집어삼킬라'

IFEZ는 모든 걸 쓸어담고 있다. 이 때문에 DGFEZ가 위태롭다. 교육 및 의료는 DGFEZ가 특화하려는 분야인데 IFEZ가 선점하려고 하고 있다. 송도국제화복합단지는 국제학교 개교를 필두로 뉴욕주립대, 미주리대, 퍼듀대, DUKE MBA 등 미국 유수 대학들을 유치하기 위해 활발히 뛰고 있으며,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에 더해 연세대 송도 글로벌 캠퍼스, 고려대·서강대·한국외대·가천의대 등도 첨단산업클러스터 내에 들어갈 예정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근대 역사문화, 고대 역사유적 등을 공부하는 에듀테인먼트 공간까지 제공한다.

사업비 6천억원 규모의 송도국제병원도 내년 6월 준공예정이며, 영종지구 운서역 부근에는 동북아 의료허브인 '메디 시티(Medi-city)'도 야심 차게 준비중이다. 세계 유명병원인 'J병원'과 서울대병원의 우수인력을 결합하는 최고 국제병원을 설립하기 위한 MOU도 체결했다.

대구의 특화산업인 패션마저 선수를 빼앗겼다. IFEZ는 송도와 영종지구에 패션중심 첨단 복합시설인 '패션 아일랜드'를 계획 중이다. 이미 3년 전 인천공항공사와 프랑스 패션협회가 개발 MOU를 체결했고, 지난해 5월 실시협약을 맺었다. 이 ㈜쁘레타뽀르떼 아일랜드 패션(설립예정 법인)은 사업비 6천여억원을 들여 2014년까지 3단계에 걸쳐 패션지구를 완성시킨다는 복안이다.

IFEZ에서 만난 한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의 경제자유구역은 인천 하나면 족하다. 나라의 모든 에너지를 이에 쏟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타 지역의 후발 경제자유구역에선 섭섭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선두주자 인천의 속내인지 모른다. 이토록 인천은 간절하고 열정이 넘치는 것이다.

박인철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은 "인천이 거창하지만 내실을 따져보면 문제가 많고 계획대로 될지는 의문"이라며 "하지만 적어도 대구는 특화된 분야에선 인천을 뛰어넘는 확실한 비교우위를 보여야 지역의 미래이자 성장동력이 되는 DGFEZ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송도에서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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