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간벽촌 어느 시골마을에 사는 한 여인이 '간통'(姦通)이란 죄목으로 경찰서에 붙잡혀 왔다. 이웃집에 사는 떠꺼머리 노총각과 그만 눈이 맞아 몇차례 밀애를 나누다가 남편의 눈에 띄고 만 것이다. 미루어 짐작건대, 이 여인은 비록 시골 아낙이었지만 총각들의 눈길을 끌 만큼 맵시가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불만투성이의 표정으로 앉아있는 여인에게 경찰관이 다분히 고압적인 태도로 다잡아 물었다. "남편이 있는 부인네가 왜 간통을 했느냐"고…. 그리고는 "나라의 법이 이렇다"고 형법상 처벌 조항을 펼쳐 코앞에 들이밀었다. 그러나 애당초 문자속이 부실한 여인은 영 탐탁지 않다는 듯 딴전을 피우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항변하듯이 내뱉는 말이 "내 몸에 있는 것도 내 맘대로 못하게 하는 법이 어디 있나요… 그런데 그것이 언제부터 정부관리(政府管理)로 바뀌었지요?"라는 것이었다.
간음과 간통의 문제는 인류역사와 더불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간음하지 말라'는 구약성서의 십계(十誡)만 봐도 그렇다. 우리도 고조선과 부여사회에 그 기록이 있다고 한다. 어쩌면 태초에 남자와 여자란 성(性)이 결정되면서부터 파생된 운명적인 화두가 아닐는지.
여기서 간통과 관련된 Y담을 하나 더 덧붙인다. 어느 학식이 높은 교수님의 부인이 그만 바람이 나고 말았다. 나이 오십이 되도록 나름대로 올곧게 살아온 교수님은 사무치는 낭패감과 배신감을 감내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사람이 살다 보면 이런 황당한 일도 있으려니 하는 자위로 마음을 추스리고 또 추슬렀다.
그런데 정녕 견딜 수 없는 부분이 불륜(不倫)을 저지른 부인의 상대였다. 그는 가끔씩 골목을 지나면서 "고물 삽니다. 안 쓰는 냄비나 헌 솥 거둡니다…"라고 외치던 고물장수였던 것이다. 교수님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부인에게 다그쳐 물었다.
"왜 하필이면 고물장수냐?"고. 그런데 부인의 대답이 더 기막혔다. 부인 왈(曰) "시나브로 지나다니며 안 쓰는 물건 있으면 내놓으라는데, 어떻게 계속 모르는 체할 수가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이 있고,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 했다. 내가 하면 '사랑'이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 했던가.
투석형에 처하는 무시무시한 이슬람 율법 아래서도 간음은 숙지지 않았으니, 자고로 남녀간의 야합(野合)이란 어떠한 처벌과 법망도 피해가는 정념의 불사신인가. 하기야 이런 우스갯소리도 있다. 어느 중소도시에 있는 성당의 신부님이 한동안 큰 고민에 빠졌다.
그 도시에는 유별나게도 불륜지사(不倫之事)가 많았던 것이다. 신자들이 고해성사 때마다 "누구누구와 바람을 피우고 말았다"고 하니 신부님은 다른 성당 사람들이 들을까 두렵다며 "바람을 피웠다"는 말을 아예 "자빠졌다"는 은어로 바꾸기로 했다. 그런데 그 신부님이 다른 성당으로 이동해 가면서 후임 신부님께 그 문제에 대한 인수인계를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후 많은 사람들이 새로 온 신부님을 찾아와 "자빠졌다"고 고백을 했고, 어느날에는 그 도시의 시장(市長) 부인까지 찾아와 "자빠졌다"고 하는 통에 신부님은 도시의 도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루는 시장님이 성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도대체 도로에 무슨 문제가 있기에 이렇게 '자빠지는' 사람들이 많으냐"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시장님은 "도로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라"고 대답을 했고, 신부님은 "아니! 시장님 사모님도 며칠 전에 '자빠졌다'는데 모르고 있었느냐"고 되물었다는 것이다. 불륜이란 이렇게 노소와 신분을 불문하고 침투하는 전염병인가.
여성계나 유림(儒林)들의 격앙된 목소리 속에서도 이따금씩 흘러나오는 '간통제 폐지' 논란을 바라보면서 "그것을 언제부터 정부에서 관리했느냐"는 시골 아낙의 이유 있는(?) 항변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수천년 세월 동안 아직도 유효한, 성서 요한복음의 명구절을 소개한다. 바리새인들이 간음하다 잡혀온 여자를 모세의 율법에 따라 단죄할 것을 주장하자, 예수 가라사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
小夜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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