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경인] 중국 톈진평화기공 최성우 팀장

입력 2009-03-20 06:00:00

▲ 최성우 톈진평화기공개발영업팀장이 생산현장에서 현지 종업원들에게 관련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 최성우 톈진평화기공개발영업팀장이 생산현장에서 현지 종업원들에게 관련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중국 톈진(天津·황해와 접해 있으며 베이징에 인접한 중앙직할시)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생산업체인 톈진평화기공. 19일 찾은 공장은 귀를 찢는 굉음과 금속판들이 쪼개지며 튀는 불꽃으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곳에서 금형설계와 생산시스템을 총괄하는 최성우 팀장(38·사진). 첫인상은 얼핏 평범해 보였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금형설계의 달인이다.

철 형태의 부품이 광채를 띠며 쏟아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눈빛이 날카롭다 못해 섬뜩하다. 그의 손을 거친 공정에서 불량품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만에 하나 불량품이라도 나오면 모양만 보고 어느 과정에서 이상이 있는지 족집게처럼 찾아낸다.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최고가 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열심히 하다 보니 자연스레 인정받고 최고라는 소리를 듣게 됐습니다."

그는 현재 이곳에서 1인 5역을 하고 있다. 전공인 금형설계는 물론이고 개발·영업, 자재, 품질관리, 생산기술 등 5개 분야를 책임지고 있다. 그래서 매일 아침 6시에 출근해 밤 10시가 넘어야 퇴근하는 강행군을 3년째 계속하고 있다. 그래도 중국 진출 초창기에는 사무실에 간이침대를 마련, 숙식을 해결해 왔던 것에 비하면 호사스러운 생활이다.

'남들보다 열심히 살려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맘을 먹고 있다. 자신과의 싸움을 극복하면 성취와 보람 역시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했다. 좌우명도 '인백기천(人百己千)'이다. '타인이 백의 노력을 하면 천의 노력을 하라'는 뜻으로 부친이 항상 강조했던 말이다.

사실 최씨는 학창시절부터 준비된 달인이었다. 인문계 고교를 나온 최씨였지만 영남이공대 금형설계 관련학과 진학 후 전공과목만 편식한 것이 아니라 자동차 제조의 기초가 되는 모든 과목을 수강했다. '이론과 기술을 병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금형설계를 집중적으로 공부한 것이 성공의 토대가 됐다는 설명이다. 금형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최씨는 "당시 금형분야와 관련된 학과가 대구경북에서는 영남이공대가 유일했다."며 "학생과 교수의 역할을 바꾼 역할수업 등 독창적인 수업이 책임감과 열정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스터디 그룹을 통해 설계실습을 하고 최신기계를 맘껏 사용해 볼 수 있었던 것도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졸업 후 1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관련분야에서 신기술이 나오거나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대구의 은사들에게 자문을 하고 있다. 이론과 현장의 결합이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최씨의 열정은 현지인들까지 감화시켰다. '깡패 10명을 사귀는 것보다 톈진인 한명을 사귀는 게 어렵다'는 이곳에서 최씨는 커(형님)로 통한다.

"처음에는 현지 종업원들이 일을 하지 않으려고 금형기계를 일부러 부수기도 해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그러나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능숙하게 해결하고 모범이 되려고 노력했더니 이들의 작업 태도가 진지해졌지요." 지금은 퇴근 후 집으로 초대하거나 어려운 일을 하소연하는 직원들도 늘었다. 최씨는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이들의 행동을 변화시킨 것 같다"고 했다.

그렇지만 요즘 글로벌 경제위기로 이 지역에 진출한 많은 한국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근무지인 톈진평화기공 역시 중국에 진출한 2004년 이후 5년 만에 2배 이상의 매출상승을 기록했지만 올 들어 매출이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싼 임금과 저렴한 물가 때문에 중국에 진출한 많은 한국기업들이 귀국 보따리를 싸고 있다"는 최씨는 "이 때문에 현지인들도 '혐한(嫌韓)', '야반도주'라는 말을 써가며 노골적으로 반한 감정을 보이고 있다"고 걱정했다. 해외진출을 원하거나 고려하고 있는 대구경북사람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는다. "국내경제가 어렵다보니 너도나도 해외진출을 원하고 있지요. 그러나 성공확률은 10%도 채 되지 않는 것이 냉엄한 현실입니다. 무엇보다 어학실력과 자신만의 능력을 갖춘 후 도전해야 후회하지 않습니다."

중국 톈진에서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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