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마모토현의 작은 어촌마을 우시부카(牛深)는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스페인 구겐하임 미술관과 함께 공공건축물이 지역을 살린 대표적 사례다. 우시부카에 883m의 '하이야 대교'가 건설된 것은 공공디자인을 통한 지역 재생을 꿈꾼 구마모토 아트폴리스 프로젝트 덕분이었다. 파리의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렌초 피아노의 설계, 은빛 비늘의 물고기가 헤엄치는 듯한 디자인, 주민들이 직접 파는 해산물과 즉석 조리. 사람과 건축과 예술의 조화는 쇠락하던 바닷가 마을을 연간 60만 명의 관광객이 북적이는 명소로 만들었다.
굳이 더 예를 들지 않아도 공공디자인은 이제 세계적 화두다. 국내 도시들이 관련 제도나 규정을 만드는 속도를 보면 눈이 핑핑 돈다.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됐다는 서울은 진즉에 디자인서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우수 공공디자인 인증제까지 도입했다. 공공시설물은 물론 버스와 택시, 초고층건물, 심지어 휴대전화 기지국에까지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들이민다. 부산시는 지난 1일 도시디자인 가이드라인 시행에 들어갔다. 광주시는 지난 1월 공공디자인의 기본 방향을 '인본+예술'로 정하고 10가지 원칙을 발표했다.
도시들의 각축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서울서 열린 공공디자인 엑스포를 찾아갔다. 하지만 복잡한 개념, 실현되지 않은 구상과 단편적인 사례들만 가득했다. 이제 계획을 확정했으니 시민들에게 홍보하면 변화가 생길 거라는 앞뒤 바뀐 대답들만 내놓았다.
공공디자인은 행정기관과 예술가, 시민이 함께 축을 이룰 때 지역을 변화시키는 동력을 갖는다. 구마모토 아트폴리스 프로젝트가 1988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가장 고심하는 점도 어떻게 주민들의 이해와 동참을 구하느냐는 문제라고 한다. 사후관리까지 염두에 둔 고민이다.
대구시가 18일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 수립을 위해 용역 업체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품위와 격조를 지닌 도시를 추구해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디자인을 위해서라고 하는데 공공디자인을 행정기관만의 영역으로 여기는 다른 도시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서울의 4대 궁궐과 종묘 안내판의 디자인 하나 바꾸는 데 민과 관이 함께 3년을 씨름한 기록을 담은 책 '궁궐의 안내판이 바뀐 사연'을 일독하길 권한다.
김재경 사회1부 차장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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