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시와반시'란 시 계간지가 있다. 자신이 발 디딘 땅이 삶의 중심이며 자신의 문학적 상상력이 역사의 한가운데임을 확신하며 1992년 9월 창간된 시 전문지다. 지방에 중심을 두고 전국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 전문지로는 최초라는 역사성도 갖고 있다. 또한 10여년 동안 역량 있는 신인을 대거 배출하고 깊이 있는 단행본들도 간행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선정하는 우수문예지로 매년 뽑힐 정도로 전국적으로 문학적 역량을 인정받는 시 전문 문예지다.
◆ 문학 저변화 '일등공신'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시와반시'의 업적 가운데 하나가 문학의 저변화다. 92년부터 '시와반시 문예대학'(이하 문예대학)을 운영, 지금까지 34기에 걸쳐 1천600여명의 예비 문인을 길러냈다. 졸업생 남녀 비율은 5대 5 정도이며 20대부터 7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자영업, 공무원, 대학생, 대학교수 등 직업도 천차만별이다.
문예대학은 문학 창작 인구 저변 확대 및 문학 작품 향수 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 아래 문을 열었다. '시와반시' 공동 주간인 강현국 시인(전 대구교대 총장)과 구석본 시인(대구문인협회 회장)이 중심이 돼 대구교대에서 첫 강좌를 시작했다. 구석본 회장은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의 자기표현 욕구도 강해지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문학으로 표출됐다"며 "문학에 뜻을 둔 주부들은 물론 샐러리맨이나 공무원 등 남성들이 문예대학을 앞다퉈 찾았다"고 얘기했다.
그 무렵 문학창작 강좌는 문예지를 중심으로 간헐적으로 개강했고 대구 지역에서도 두어곳이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시인 혹은 작가 개인에 의해 강의가 이뤄지는 한계를 지녔다. 이런 측면에서 '시와반시'가 연 문예대학은 차별화됐다. 일정한 커리큘럼에 따라 강의가 진행됐으며 각 분야별로 전문가들이 강의를 맡아 '문예대학'이라는 이름에 부합되는 강좌란 평가를 받았다.
수강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강좌가 개설된 초기에는 지원자가 몰려들어 접수 순에 따라 선발할 정도였다. 늦게 접수하는 지원자는 다음 기회로 밀리기도 했다는 것. 대구 교대 강의실 사정이 수강생을 전부 다 수용하지 못해 교수 회의실에서 강의를 연 적도 있다. 초기 강좌는 시, 시조, 동시, 소설, 수필 창작반 등으로 나눠 진행했다. 창작과 문학 이론, 미학, 주변 학문 등을 강의했으며 대구교대 평생교육원 강좌로 편입되면서 시, 시조창작반만 운영하고 있다.
◆ 등단한 문인 200여명
문예대학 수료생 가운데 문단에 등단한 문인들이 각 장르에 걸쳐 200여명에 달하고 있다. 신문사가 주최하는 신춘문예에 해마다 당선자를 배출, 전국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매일신문 신춘문예에서는 시조(이경임·2005년) 동시(박승우·2007년) 당선자를 배출했다. 또 시에서 조선일보(1992년·박미란) 동아일보(1995년·여정) 영남일보(류시원·2000년, 조혜정·2008년) 충북일보(신유야·2004년) 무등일보(윤은희·2009년) 등에 당선자를 냈다.
졸업생 중 각종 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문인도 부지기수다. 김정용(시와반시) 김환식(시와반시) 류시원(현대시학) 공영구(심상) 박언숙(애지) 황명강(서정시학) 최종이(문학세계) 김창제(솔뫼회장) 이혜숙(정신과표현) 시인 등이 대표적이다. 시조에서는 윤경희(유심) 김창근(현대시학), 소설에서는 권현(문학사상)씨 등이 등단했으며 수필에서는 홍억선 김성구 구관모 최경자 장사현 김지태 이숙희 성병조씨 등이 있다. 대구문인협회 회원으로 가입되어 활동하고 있는 수료생도 100명을 넘고 있다. 지역 문단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 기라성 같은 강사진
문예대학 졸업생들이 모여 2004년 창립한 '21세기생활문인협회'는 문학의 생활화를 내세우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등 지역 문단의 새로운 문예운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기관지 '우리 시대 삶과문학'을 지금까지 7집을 발간하고 있다.
지금까지 문예대학 강좌에 참여한 문인들로는 구석본(시인) 강현국(시인) 구광렬(울산대교수·문학평론가) 송종규(시인) 고희림(시인) 장옥관(시인·계명대교수) 손진은(시인·경주대교수) 이정환(시조시인) 문형렬(소설가)씨 등을 들 수 있다. 구석본 회장은 "시와반시 문예대학은 개강 이래 한 번도 강의를 거른 적이 없다는 것을 또 하나의 자랑으로 생각한다"며 "문학의 양적, 질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예대학은 3개월 과정으로 연 2회 개강하고 있다. 화, 목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대구교대에서 강의를 한다. 지원하는 데 별다른 제한이 없으며 시에 대한 관심이 있거나 시 창작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문의 '시와반시' 053)654-0027.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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