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국제광학전(DIOPS)을 주목한다

입력 2009-03-18 06:00:00

로마의 역사학자 플리니우스가 쓴 박물지(Historia Naturalis)에 따르면 네로 황제는 지독한 근시(myopia)였다. 근시를 교정하기 위해 네로는 커다란 에메랄드를 눈에 대고 검투사 경기에 열중했다고 한다.

중세에 발견되는 테가 없는 안경알은 에메랄드를 다듬은 것이었다. 안경알을 짐승뼈로 만든 안경테에 고정시킨 것은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였다. 1284년경 살비노 다르마트(Salvino D'Armate)는 눈에 안경알을 고정시키는 장치를 발명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1352년에 그려진 위그(Hugh de Provence)추기경의 초상화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안경은 두 개의 안경알에 테를 두르고 이것을 고리(rivet)로 연결시킨 형태였다. 안경테에는 손잡이가 달려 있어서 책을 볼 때는 이마 위로 치솟은 손잡이를 잡고 보다가 평소에는 접어 두었던 모양이다.

두 안경테의 연결 장치는 점점 개량되었고 15세기경 두 개의 안경테를 연결하고 손잡이를 달아 코 위에 거는 브릿지 안경이 등장했다. 안경테에 다리를 만들어 귀에 거는 형태가 정착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였다. 이때부터 안경을 고정시키기 위해 손으로 잡지 않아도 되었으니 안경의 발전은 안경테로부터 시작된다고 하겠다.

19일부터 사흘간 엑스코(EXCO)에서는 대구국제광학전(DIOPS)이 열린다. 올해로 8회를 맞게 되는 이번 DIOPS는 경제 위기로 인해 지역 특화산업인 안경 산업이 침체기에 빠진 시점에 열린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안경 관련업체의 80% 이상이 소재하고 안경테의 90% 이상을 생산하는 대구는 1970년대부터 안경의 해외수출을 시작한 이래 2000년 2억달러의 수출 실적을 기록한 바 있고 지역 수출의 6.7%를 차지했던 수출 효자산업이었다.

그러나 최근 안경 산업은 중국의 저가품 공세와 고유 브랜드의 부재, 첨단 기술의 미흡 등으로 인해 수입 안경이 확산되자, 수출은 고사하고 국내시장마저 지키기 어려운 실정으로 악화되고 있다. 그동안 안경산업의 발전을 위해 안경산업특구를 지정하고 다양한 발전방안이 제시되었으나 안경산업은 여전히 침체 일로에 있다. 안경 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근본적인 실천 과제를 다음과 같이 공론화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안경테의 디자인에 대한 획기적인 투자와 교육이 절실하다. 전국 30여개 대학에 개설된 안경사관련 교과 과정은 렌즈를 중심으로 한 광학에 집중되어 있고 안경테 디자인에 대한 교육은 너무나 미흡한 실정이다. 콘텍트 렌즈의 발명으로 인해 사람들은 안경알보다 안경테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경테는 기능적 목적보다는 개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패션화, 고급화, 경량화되고 있다. 디자인에 대한 투자가 없으면 침체에 빠진 안경산업은 미래가 없어 보인다.

둘째, 역내업체간의 협업체제와 대기업의 참여가 절실하다. 이탈리아의 벨루노(Belluno)는 세계 최대의 명품 안경 산업단지이다. 세계적인 명품 안경테 중 90% 이상을 생산하는 이곳은 지난해 총매출액이 35억달러에 이른다. Luxottica, Safilo, De Rigo 등 대기업들은 대량 생산과 조립, 마케팅을 전담하여 브랜드를 관리하는 한편, 수백 개의 중소 기업들과 협력 체제를 유지하여 수작업이 필요한 부품들을 조달받고 있다.

셋째, DIOPS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성화시켜야 한다. 세계적인 광학전시회인 이탈리아 MIDO와 프랑스 SILMO는 세계 안경 산업의 디자인, 브랜드, 가격에 대한 가장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며 세계적인 전시회로 성장했다. 이제부터는 DIOPS에 참가한 바이어와 소비자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불과 3주전에 열린 한국안경광학전시회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중복 전시를 피하기 위해 개최 시기의 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안경은 품질 대비 가격이 뛰어나 남대문시장은 외국인들로 늘 붐비지만 대구에는 남대문에 해당하는 안경 시장이 없다. 보험제도도 미약하다. 유럽에서는 안경을 맞추는데 연 60만원 정도를 지원해주는 개인의료보험도 있고 안경업소에서는 안경을 맞춘 후 1년 이내에 알이 깨어지거나 테가 부러질 경우 무상으로 교체해 준다. 한국의 안경테가 품질이 우수해 수입하고 싶지만 무상 A/S가 안되어서 꺼려진다던 파리의 한 안경점 주인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김영우(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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