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야 놀자] 금융교육 빠를수록 좋다

입력 2009-03-17 06:00:00

2003년 우리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이슈 중 하나가 신용불량자 문제였다. 특히 20·30대 신용불량 문제는 젊은층의 왜곡된 소비풍조와 카드회사들의 무분별한 카드발급이 결합되면서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등장했다. 2003년 6월, 신용불량자들의 신용회복과 부채조정을 돕는 신용회복지원회는 '개인신용회복(워크아웃)'을 신청한 사람들의 평균 나이는 32세, 평균 3천5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신용불량자 300만명 중 60%인 176만여명이 신용카드로 쓴 신용구매,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것이다. 그리고 당시 연체자의 절반이 20·30대로, 젊은층이 신용불량자의 과반수를 차지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겨났을까? 신용카드 회사들의 무분별한 카드 발급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자신들의 소득보다 많은 돈을 빌려 소비를 한 젊은층의 무절제한 생활 습관이었다. 그러면 이 일부 젊은층의 대책 없는 소비성향은 어디에서 문제가 되었을까? 그것은 어려서부터 돈 관리요령, 소비와 저축, 그리고 투자 등 올바른 금융지식을 쌓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직을 다섯번이나 연임하며 18년간 미국의 통화, 금리 등 통화정책에 전권을 행사했던 미국의 경제대통령 앨런 그린스펀은 올바른 금융지식을 어린이와 청소년시절부터 갖추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그린스펀 의장은 "초교, 중등학교 때의 기초 금융교육은 성인이 된 초창기에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도와준다"며 "어린이와 10대에 대한 금융교육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린스펀이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금융교육의 중요성을 자주 강조하는 데는 자신의 어린 시절 때문이라고 한다. 1926년 유대인 주식 중개인의 외아들로 태어난 그린스펀은 엄격한 가정 분위기 속에서 고독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다섯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받은 주식과 채권에 대한 개념과 한달 급여, 생활비, 저축액, 부채 등에 대한 교육이 그린스펀의 삶에서 큰 힘이 되었던 것이다.

조기 금융교육은 그린스펀의 지적처럼 사회생활 초창기 때에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감각을 높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사람이 델 컴퓨터의 창업자 마이클 델이다. 1984년 의대생이었던 델은 1천달러의 자본금으로 델 컴퓨터를 창업해서 첫해 6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델의 성공 역시 역시 주식 딜러였던 어머니에게 받은 밥상머리 경제교육에서 얻은 조기 금융교육에서 비롯됐다.

그린스펀과 델의 사례는 어린 시절 조기 금융교육의 중요성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이들에게 조기 금융교육을 한다고 해서 모든 아이가 그린스펀과 델처럼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린스펀의 지적처럼 금융교육은 자녀들의 사회생활 초기에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한번의 실수로 혹독한 20·30대를 보내야 하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세계의 금융위기로 인해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조기 금융교육은 국가의 경제 체질을 강화시키는 근본적인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상만(대구은행 성서공단영업부 부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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