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아무나 하나?'
연전에 가수 태진아 씨가 불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인기 가요다. 트로트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아마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없으리라. 노랫말에서는 의문형 종결 어미를 써서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 사랑이라고 했지만, 그와는 달리 사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만큼 쉬운 일도 없다. 언제 어디에서건 예고 없이 맞을 수 있는 게 큐피드의 화살 아닌가.
하지만 결혼으로 넘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랑은 준비 없이 할 수 있어도 결혼은 준비 없이 할 수 없다. 아니, 준비 없이 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 결혼이다. 준비 없이 한 사랑의 끝이 그 당사자에게만 마음의 상처로 돌아올 수 있음에 반해, 준비 없이 한 결혼의 끝은 자기 한 사람의 고통을 넘어 세상에 짐으로 떠넘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다에 나갈 때는 한 번 기도하고, 전쟁터에 나갈 때는 두 번 기도하며, 결혼을 할 때는 세 번 기도하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한 반에 셋 가운데 한 명꼴로 조손 가정이라는 시골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준비 안 된 결혼으로 인한 파국이, 자신들의 사랑의 씨앗을 아무 죄책감 없이 팽개쳐 버리게 만든 결과이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듯 사랑도 받아 본 사람이 잘 줄 수 있다고 했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가 어찌 다음 세대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베풀 수 있을 것인가.
엄마가 되었다고 해서 다 어머니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엄마가 되기는 쉬워도 어머니가 되기는 참으로 어려운 까닭이다. 하여 이스라엘 같은 나라는 '어머니 면허증 제도'를 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것도 같다. 이참에 우리는 거기다 아버지 면허증 제도까지 두어, 옳은 부모로서의 역할이며 자세며 마음가짐 따위를 가르쳤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운전면허 발급하듯, 부모 되기 프로그램 같은 걸 만들어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추고 난 뒤에 부모가 될 수 있도록 한다면 사회의 짐은 한결 덜어질 수 있으리라.
우리는 항용 결혼 준비라면 으레 거기에 필요한 혼수품 마련을 생각한다. 하지만 혼수품보다 몇 십, 몇 백 배 중요한 것이, 어떠한 경우에라도 서로 아끼고 사랑하겠다는 희생과 헌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함께하겠다는 올올한 신의 같은 마음의 혼수가 아닐까. 그런 도덕적 의무를 지닌 사람만이 할 자격이 있는 것이 결혼인가 한다.
수필가 곽흥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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