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 정동영의 '물고기'論

입력 2009-03-16 11:03:55

국민.지역구민에 외면당한 인물 전주 시민들은 어떤 판단 내릴까

정동영, 노무현 정권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내고 지난 대선 때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떨어진 뒤 다시 몇 달 만에 국회의원 선거(서울 동작구)에 나가서 또 떨어졌던 사람이다. 세칭 '코드 대통령'(노무현)만 장관감으로 인정해 줬을 뿐 국민들(대선)과 지역구민(총선)들은 큰 재목감으로 인정 않았던 인물인 셈이다.

그런 그가 또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나섰다. 자칭 정치인이 정치판에 나서겠다는데 낙선한 횟수가 몇 번째든 시비할 것 없다. 더구나 자기네 고향(전주)에서 나온다는데 남의 지역구에 앉아서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할 거리도 못 된다.

그럼에도 정 씨의 국회의원 출마는 따져봐야 할 이유가 있다. 우선 그가 내세운 출마 이유와 명분이 전주 시민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는 '의회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출마하며 '정치인은 정치현장에서 국민과 함께 있어야' 하고 '국민에게 위로와 희망을 드리기 위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려 한다'고 했다. 따라서 국민을 들먹인 이상 출마 이유와 명분의 대상이 전주시민만이 아닌 모든 국민들임을 말한다. 의회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좋다. 그렇다면 의회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있어서 의회 구성원인 국회의원의 기본적 자질과 덕목은 무엇이며 그리고 그는 그런 덕목을 지니고 있는가? 대한민국 국회의 가장 고질적 악폐의 하나는 말 바꾸기와 진정성 없는 빈말이었다.

정 씨는 과연 의회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돌아와야 하고 꼭 필요한 언행일치의 인물인지부터 보자. 1년 전 서울 동작구에서 총선 출마했을 때 그가 했던 말은 이랬다. '지하에 계신 선조님의 은덕으로…. 저는 동작구에 뼈를 묻는다는 각오로 제2의 고향 동작에서 정치인생을 끝내겠습니다. 여러분께 맹세합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뼈를 묻고 정치인생을 끝내겠다던 제2의 고향은 간데없이 전주가 본디 고향이라며 '맹세'를 바꿨다.

의회일은 얼마나 열심히 했던가? 국회의원으로 있었던 2007년 당시 상임위의 출석률을 보면 이명박 77%, 손학규 70.9%일 때 정동영은 55.9%였다. 학교로 치면 수업을 자주 빼먹었으니 불량학생인 셈이다. 말로는 '정치인은 정치현장에서 국민과 함께 있어야 한다'면서 선거 떨어지자 곧바로 국민을 떠나 미국으로 날아가 지내다 출마 선언조차 미국 땅에 앉아서 발표한 자세에서는 국민을 받드는 진정성도 보이질 않았다.

그는 또 통일부 장관 시절 국민적 합의도 없이 북한에 20조 원 상당의 전기를 주겠다고 약속하고 광복 60주년 행사 때 태극기와 대한민국 연호를 사용 못 하게 했다는 이유로 강정구, 정연주, 강기갑 등과 함께 '친북인사 20명' 명단에 올려진 인물(국민행동본부 등 자유진영 선정 자료)이다.

그런 사람이 국회로 다시 들어가는 것이 과연 국민을 위로하고 희망을 갖게 하는 일일까. 차라리 국민과 따로 있을수록 더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될지 모를 일이다. 그는 또 '물고기는 물에서 살아야 한다'고 했다. 물고기도 물고기 나름이다. 정 씨를 어물전의 꼴뚜기로 보느냐 정치판을 흐리는 미꾸라지로 보느냐는 관점은 유권자와 국민들 각자의 자유로운 판단이다. 이미 지난 대선'총선에서는 국민과 지역구민으로부터 '물에서 나가라'고 심판받았던 사람이다. 행여 외유 일 년간 자기혁신과 정치적 감각, 이념과 철학의 변화가 있었으려니 했지만 그런 기대 역시 고향땅에서 안전하게 당선되는 편한 길을 택하면서 큰 물고기다운 투지와 패기를 보이지 못했다.

이제 정 씨의 출마는 전주에 맡기자. 그리고 이번 기회에 재보선 병폐, 이것 좀 뿌리 뽑아보자. 부도덕한 정치꾼을 뽑아주고 다시 재판해서 자르고, 빈자리 메우려 또 뽑고 그 와중에 흘러간 인물이 또 국민 들먹이며 재출마하고…. 언제까지 헛돈 쓰며 범법 정치꾼 뽑아 바치는 허망한 짓을 계속 그대로 둘 것인가?

촛불 시위 땐 그토록 열성이면서 내 세금 허투루 쓰는 일엔 어찌 이리 마음들이 넓은가. 우리 모두 너무 순하거나 어리석은 국민들이다.

金 廷 吉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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