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그대, 몸의 경고 원인 찾아라
이준형(45)씨는 요즘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피로 때문이다. 하루 종일 피곤하고 한달 내내 피로하다. 원인도 모르겠다. 그저 피곤해 모든 것이 귀찮고 일할 의욕도, 힘도 생기지 않는다. 이씨는 "병원에도 가보고, 비타민과 건강기능식품도 먹어보고, 잠도 실컷 자 보고, 멀뚱멀뚱 하는 것 없이 쉬어도 봤지만 다 소용 없었다"며 "짜증만 나고 무력감에 우울증 증세까지 나타난다"고 하소연했다.
'과로로 정신이나 몸이 지친 상태.' 피로의 사전적 의미다. 의학적으로는 '신체적 활동 후 또는 정서·정신적 압력을 받은 뒤 탈진하거나 힘이 없어지고 기능을 상실한 상태'로 정의한다. 피로는 현대인들의 생활의 일부로 여겨질 만큼 흔하고 직장인, 전업주부 등 나이, 성별, 직업도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일반적인 피로는 쉬고 나면 회복되지만 휴식을 취해도 나아지지 않고, 이유도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를 만성피로증후군이라 한다. 소아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층에 걸쳐 나타나지만 40대 안팎에서 특히 많다. 그런데 문제는 만성피로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을 모른다는 것이다. '정체 불명'의 만성피로증후군, 예방과 치료 방법은 없을까.
◆피로와 만성피로증후군은 다르다
병·의원을 찾는 환자들이 가장 흔히 호소하는 증상 중 하나가 바로 '피로'다. 그런데 피로는 다분히 주관적인 증상이어서 '병이다' '아니다'를 단정하기 어렵다. 과도한 스트레스, 바쁜 일정, 무리한 운동, 흡연, 음주, 수면 부족 등에 따라 얼마든지 느낄 수 있는 게 피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상적인 피로는 일시적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충분한 휴식으로 해소될 수 있지만 지속된다면 사정이 다르다. 1개월 이상 피로가 계속되면 '지속성 피로',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피로'라 부르는데 만성 피로 환자 중 5~20%는 피로 증상을 느끼지만 원인을 알지 못한다. 이처럼 특별한 질환이 없고 휴식을 취했는데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만성 피로에 시달린다면 만성피로증후군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원인을 모른다?
만성피로증후군의 원인으로 중추신경계 장애, 스트레스, 환경 유해물질 노출, 엡스타인-바(Epstein-Barr) 바이러스 및 사람 헤르페스(Human Herpes) 바이러스 등 바이러스 감염, 미코플라스마 등 세균 감염, 면역기능 장애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중추신경계 장애를 원인으로 보는 것은 만성피로증후군 증상을 보이는 환자 중 일부에서 첫 6개월 내 일시적인 마비, 시각장애, 운동 부조화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환경 유해물질, 바이러스, 세균 등이 만성피로증후군의 원인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이들 물질이 몸에 들어오면 지방 분해와 피로 회복을 돕는 생리활성 물질인 L-카르니틴은 감소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및 활성산소는 증가해 만성 피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각종 신경전달 물질 문제로 만성피로증후군 증상이 나타난다는 학설도 있다.
◆나도 혹시 만성피로증후군?
만성피로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가벼운 운동 후에도 나타나는 심한 피로를 비롯해 집중력·기억력·주의력 장애, 수면 장애, 식욕 부진 및 소화 불량, 오심(구역), 복통, 어지럼증, 식은땀 등이 있다. 또 두통이나 근육통, 관절통 등 각종 통증과 팔다리 저림 등 감각 이상, 인후통 및 림프절 압통 등 감기 증상도 나타난다. 심할 경우 불안 및 우울 증세와 흉통, 호흡 곤란, 체중 감소, 전신무력감, 수족냉증, 광선 기피증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만성 피로에 체중 감소, 식욕 부진 등의 증상까지 보인다면 다른 질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피로를 동반하는 질병으로는 간질환이 대표적이고, 당뇨, 결핵, 심장질환, 갑상선질환, 신장질환, 알레르기성 질환의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질병이 아니면서도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만성피로증후군일 가능성이 크다.
◆치료할 수 있나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한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뚜렷한 치료 방법도 없다. 다만 증상 호전을 위해 인지 행동 치료, 항우울제 및 부신피질 호르몬제 등이 사용된다. 인지 행동 치료는 피로에 대한 잘못된 인식, 회복에 대한 비관적 태도, 증상 및 질환에 대한 행동적인 반응 등을 교정하는 것이다. 항우울제는 만성피로증후군 증상 완화와 함께 불면증 및 우울감 호전에도 효과가 있고, 부신피질 호르몬제도 적은 양을 단기간 사용할 때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인지기능,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 항바이러스제, 면역조절 약제가 사용되기도 한다.
◆피로, 예방 및 관리하려면
피로 예방 및 관리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잠이 오면 자고, 피곤하면 쉬며, 평소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등 몸의 경고에 충분히 반응하는 것이다. 최근엔 유산소성 운동량을 서서히 늘리는 운동요법이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의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처음엔 하루 5~15분, 주 5일, 최소 12주 동안 운동한 뒤 컨디션 점검을 통해 매주 1, 2분씩, 최대 30분까지 운동량을 늘리는 방법이다. 그러나 처방된 한계 이상으로 운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피로가 더 심해질 경우 운동 강도를 줄이는 게 좋다. 또 수면시간, 수면 중 소음, 코골이 등 수면 여건을 확인·개선하고 영양 균형 상태, 카페인 섭취 및 음주, 흡연, 체중 변화 등도 점검하는 등 생활 습관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지나친 육체적 활동, 무리한 운동, 밀폐된 건물 내 장시간 근무 등도 피하는 게 좋다. 충분한 휴식과 영양 공급, 적절한 운동을 최소 3~6개월 하면 만성피로증후군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충고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이근미 영남대 가정의학과 교수
만성피로증후군 진단방법
1.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2. 특별한 이유 없이 목 안이 자주 아프다.
3. 목, 겨드랑이가 붓고 아프다.
4. 평소와 다른 새로운 두통이 생겼다.
5. 잠을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다.
6. 팔·다리가 자주 저린다.
7. 목줄기나 어깨죽지에 근육통이 나타난다.
8. 운동 후 심한 피로감을 느낀다.
(이 중 4가지 이상 증상이 6개월 이상 나타날 경우 만성피로증후군일 가능성이 큰 만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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