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를 수술하고 나면 누구나 묻는 말이 있다.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고, 어떤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합니까?" 다른 곳도 아닌 위를 수술했으니 당연히 궁금하다. 사실 수술이나 암과 관련된 섭생에 대한 언급 및 주장은 기원전부터 최근까지 항상 있어왔다.
서양 의학의 아버지로 널리 알려진 히포크라테스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히포크라테스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 나는 우리나라의 개고기 이야기를 가지고 서양 사람들이 펄쩍 뛸 때마다 고소를 금치 못한다. 왜냐하면 상처가 있는 환자들의 영양보충에는 개고기가 좋다는 이야기를 자기네들의 조상인 히포크라테스가 이미 했기 때문이다. 물론 단백질의 보충은 어느 고기나 비슷하므로 그저 미신의 수준이지 그다지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암을 진료하는 의사가 암은 식이와 관계가 많다고 생각해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식단을 개발하고 꾸준히 주장해 건강보험의 적용까지 인정받았다고 한다. 일반적인 섭생에 대해선 오래전부터 영양학회 등을 통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음식과 암이 관련된 부분에 대해선 나는 아직도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확실한 증거도 없이 그저 몸에 좋다면 씨를 남기지 않고 싹쓸이를 해버리는 화끈한 우리의 기질 때문이다.
한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이 맵게 먹는 것이 위에 해롭다며 마치 암이라도 유발시키는 것처럼 떠들어댄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또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성분이 항암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등장해 사람들이 도무지 갈피를 못 잡게 만들기도 하였다. 된장은 또 어떤가? 이것 역시 발암과 항암의 주장이 되풀이됐고 김치도 온갖 주장들에 휘말리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니 지금의 주장인들 언제 또 어떻게 새로운 연구에 의해 뒤집힐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음식도 다른 약물들처럼 작용과 부작용이 공존하는 양날의 칼(檢)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면, 위 수술을 받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분명히 다른 사람들과는 차이가 있다. 소화가 잘 안 될 수도 있는 음식이 있고 위나 창자를 막을 수 있는 음식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식사의 방법인데 그것도 남들과는 달라야 한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그런 기본적인 정보들을 문서로 작성해 위 수술을 받은 분들께 드리고 있다. 그런데도 수천가지가 넘는 먹을거리 중에 심지어는 수십개씩 외래에 적어 와선 하나하나 일일이 묻는다. 그 중에는 내가 처음 들어보는 것들도 있고, 도저히 먹을거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것들도 있다. 그래서 나는 금기사항 몇 가지만 제외하고 나면 본인이 먹고 싶고 맛있는 음식이면 무엇이든 몸에 좋다고 말씀드린다.
그래도 오래 살기 위해 많이 먹어야 하는 것을 묻는다면 과연 무엇이라고 대답할까?
그것은 아마도 '나이'가 아닐까?
정호영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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