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휘의 교열 斷想] 정말 고마워

입력 2009-03-16 06:00:00

경칩(5일)이 지나가고 오는 20일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기온이 급격히 올라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춘분이다.

봄의 길목에 성큼 들어섰다. 봄철에는 여름과 가을에 부는 태풍은 아니지만 바람이 자주 분다고 한다. 봄이 되면 나무는 가지마다 새싹을 틔우려 물을 끌어올려야만 하는데 봄바람이 가지를 흔들어 이 작업을 도와준다고 하니 자연의 현상은 이처럼 신비스럽다. 새롭게 시작하는 월요일, 사람들 사이에도 봄바람이 불어 서로의 관계를 촉촉하게 하는 한 주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경제가 어렵다. 목욕비가 아까와 집에서 샤워만 했더니 수도세가 많이 나와 걱정이란 말까지 들린다." "아직도 환경문제가 논란이지만 최근 들어 골프장이 대중 체육시설로 인식되면서 주거지와 가까와지고 있는 추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이 먼저 책 읽기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안타까와하는 마음일 것이다. 책이 곁에 없으면 밥을 안 먹은 것처럼 배고파하고 안절부절못하며 일이 손에 안 잡혀 괴로와하는 '책 갈망 환자'들이 되면 좋겠다.""교민사회는 한순간의 혈기가 앞길을 그르칠 수 있다며 안타까와하면서 유학생들에 대한 지도와 교육이 절실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앞의 문장에 나오는 '아까와' '가까와지고' '안타까와하는' '괴로와하는' '안타까와하면서'에서의 '-와'는 '-워'의 잘못된 표기이다.

한글맞춤법 16항에는 용언들의 어미가 바뀔 경우 그 어간이나 어미가 원칙에 벗어나면 벗어나는 대로 적는다고 되어 있다. '깁다-기워 굽다-구워 가깝다-가까워 고맙다-고마워 괴롭다-괴로워 맵다-매워 무겁다-무거워 밉다-미워 쉽다-쉬워 안타깝다-안타까워'와 같이 어간의 끝 'ㅂ'이 'ㅜ'로 바뀔 경우이다. 다만 '돕-, 곱-'과 같은 단음절 어간에 어미 '-아'가 결합되어 '와'로 소리 나는 것은 '-와'로 적는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이같이 '돕다-도와 곱다-고와'만 '-와'로, 이 외에는 모두 '-워'로 쓴다.

우리는 남이 나를 섭섭하게 했던 일은 좀처럼 잊지 못하지만, 남이 나를 고맙게 했던 일은 어느새 잊어버리고 산다. 내가 남에게 뭔가를 베풀었던 일은 오래도록 기억한다. 하지만 내가 남에게 상처 주었던 일은 까맣게 잊고 살아간다.

남에게 도움 받았던 일은 되도록 잊지 말아야 한다. 잊지 않고 살면 감사하는 마음이 떠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을 원망하는 일도 적어진다. 그만큼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누군가가 말했다. "인생은 고마운 일만 기억하고 살기에도 짧다."고.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이 외 사람 모두와 함께할 수 있기에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보자. 이제부터 사소한 일에도 "정말 고마워."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해보면 어떨까.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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