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지역의 다방문화가 변하고 있다. 인구의 노령화로 다방을 찾는 주고객이 노인층으로 바뀌면서 여종업원들의 연령도 40~50대로 동반 상승했다. 다방 숫자가 전반적으로 줄어들면서 그나마 여종업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문화공간이 변변찮은 농촌지역에서 만남의 장소를 제공하며, 참외와 수박·딸기·고추·사과 등 특작물 수확철엔 들녘에까지 커피와 음료수 등을 배달했던 다방이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다방 수의 감소와 함께 짧은 치마를 팔랑이며 읍·면 소재지 사무실이나 논밭의 비닐하우스까지 차를 배달하던 젊은 여종업원 아가씨들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농촌지역의 인구감소와 경기불황 그리고 생활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한 때 200여개에 육박했던 성주군내 다방은 2월 말 현재 162개소로 줄었다. 그나마 휴업 중이거나 실제로 문을 닫은 업소도 상당수에 이른다. 휴게음식점협회 성주군지부에 따르면 "성주읍내 41개 다방 중 3분의 1은 아예 영업을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O다방 업주 Y(54·여)씨는 "경기침체로 다방에서 시켜 마시던 커피를 스스로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바람에 배달 주문이 줄었다"며 "사정이 이렇다보니 다방 운영과 종업원 구하기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종업원에게 월급을 주던 예전과 달리 매출액을 나눠 갖는 '배분제'가 일반화된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업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월수익을 업주와 종업원이 절반씩 나눠 갖는 방식이다. 종업원들은 자신이 일한 만큼 가져갈 수 있어 요즘에는 거의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 이와 함께 종업원이 하루 일정 금액을 업주에게 내면 나머지 수입은 모두 가져갈 수 있는 택시 사납금제와 같은 방식도 일부 시행되고 있다.
다방 수가 줄어든 만큼 종업원 수도 줄었다. 성주읍내에서 운영이 잘되는 업소의 경우 3~4명 정도 종업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면단위 다방에는 1명 또는 주인 혼자 운영하는 다방이 대부분이다. 종업원 아가씨의 연령도 계속 상승세를 타면서 20대 초반의 아가씨는 아예 구경하기 어렵다.
면소재지 다방의 경우 대부분 40~50대 종업원이 차를 배달하고 있을 정도. 종업원들의 수입도 예전에 비해 줄었다. 낮 시간에는 차 배달을 하고 밤에는 주점이나 노래방에서 도우미로 일해 돈을 벌었는데, 요즘에는 젊고 화려한 대구·구미 등 대도시 도우미들에 밀려 설자리를 잃었다. 당연히 일을 그만두는 떠나는 종업원들이 늘고 있다.
한때 120여곳에 육박하던 봉화지역의 다방들도 대부분 문을 닫거나 휴업중이다. 영업을 하는 곳은 40여 곳에 그치고 있다. A다방 주인 김모(48·봉화읍)씨는 "아가씨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면서 "요즘 같은 경기에는 자체 운영비 감당도 어려운 실정이다"고 했다.
이러다 보니 불법 티켓영업도 급격히 줄었다. 봉화지역은 지난해 2건(행정처분)의 단속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한 건도 적발된 사례가 없다. 다방이 급속히 줄어든데는 경기불황과 인구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여종업원을 구하기가 어려워진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때문에 더러는 저녁 회식 자리 등에 속칭 '티켓'으로 다방 아가씨 부르기 경쟁이 치열하다. 배달은 저녁 7시쯤이면 아예 끊긴다.
청송읍 소재지에서 다방업을 10년간 했다는 K(55)씨는 "농촌지역이라 종업원 구하기가 힘들고, 또 소개소에서 종업원 소개를 미끼로 보증금을 3천∼5천여만원씩을 요구하고 있어 다방 운영이 자꾸만 어려워진다"고 했다.
청송·영양 등 농촌지역 면소재지 다방의 낮 시간대는 아예 경로당 같은 기분이 난다. 노인들이 다방의 주고객이다 보니 종업원들도 40~50대 후반이 많다.
의성지역의 경우도 10년 전만 해도 다방 수가 200개에 달했으나, 현재는 절반으로 줄었다. 이런 가운데 다방을 이용하는 연령층도 5일장을 찾은 60대 이상 노인들이 주류를 이루다 보니, 20~30대 여종업원들이 흔하던 시절에 성행하던 티켓 영업도 거의 사라졌다.
농촌지역의 전반적인 다방 감소에 비해 어촌지역인 울진의 경우 최근 5년 동안 다방이 30개나 더 늘어나 묘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후포나 죽변항 등 험한 바다 일을 하는 항구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져 주부들이 '다방 패쇄 운동'을 벌이는 웃지못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새벽에 뱃일을 나갔던 남편들이 저녁에 집으로 귀가하지 않고 다방으로 곧장 달려가거나 속칭 '티켓'을 끊어 여종업원들과 시간을 보내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자 참다못한 주부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것. 이들이 피켓시위까지 벌이며 세를 확산시켜 나가자 지역의 사회단체들이 "적극적인 대책마련에 나서겠다"고 설득을 해 겨우 무마시킨 일도 있다. 최재수 김경돈 이희대 마경대 황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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