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너를 보고 있어." 언제 어디에서도 이젠 안심할 수 없다. 그런데 노약자들은 "언제 어디서든 안심할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을 보인다. 연쇄 살인범 강호순 검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좋든 싫든 간에 이젠 일상생활에서 CCTV를 피할 순 없는 게 현실이다. 이와 함께 강호순 사건 이 후 CCTV가 범죄의 수사반장 기능을 충분히 해내자 공공기관이 주민 안전을 위해 CCTV 설치에 적극 나서면서 해묵은 CCTV 설치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대구 북구청은 최근 어린이 공원과 초등학생 통학로 주변 36곳에 37대의 방범용 CCTV를 설치했다. 달성군은 올해 예산 4억원을 들여 21곳에 65대의 방범용 CCTV를 새로 설치하고 낡은 카메라도 정비할 계획이다. 수성구청도 2억2천만원으로 방범용 CCTV 8대를 설치한 예정이다.
CCTV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지난 1월 삼성테크윈 CCTV 사업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70% 이상 증가했다. CCTV 관련 업체들은 증권시장에서 '강호순 테마주'로 분류되기도 했다.
CCTV는 텔레비전을 이용해 영상을 촬영, 보존하는 장치로 보안이 필요한 곳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1980~90년대에는 낮은 화소의 카메라를 아날로그 VCR에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카메라 렌즈는 27만 화소급으로 감시 범위가 짧고 해상도도 높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 디지털 방식의 CCTV가 도입되면서 카메라 렌즈 화소도 높아져 차량 번호판 인식이 가능해졌다. 카메라에 찍힌 정보도 파일 형태로 저장돼 검색도 쉬워졌다. 2002년부터는 네트워크 카메라가 개발되면서 CCTV가 더욱 고도화됐다. 네트워크 카메라의 경우 카메라로 찍은 영상이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 베이스에 저장된다. 500만 화소의 카메라도 등장해 원거리의 얼굴을 확대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 설치된 CCTV 숫자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자료에 따르면 인구 20명당 1개의 CCTV가 설치돼 있다고 한다. 설치 목적도 다양하다. 도난 및 범죄 예방을 위한 방범용, 과속·신호 위반 단속용, 불법 주정차 감시용, 쓰레기 투기 방지, 학교폭력 예방, 시위 감시 및 자살 방지를 위한 CCTV 등이 전국 곳곳에 설치돼 있다.
방범용의 경우 경찰이 설치가 필요한 곳을 알려주면 지자체가 예산 사정 등을 고려, 설치한다. 전국 방범용 CCTV는 2004년 538대, 2005년 1천100대, 2006년 1천978대, 2007년 5천044대, 2008년 8천761대로 갈수록 급증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1만5천92대가 전국에 설치될 예정이다.
대구의 경우 2월 초 현재 설치된 방범용 CCTV는 660여대. 대구경찰청은 대구시에 2010년까지 740대의 방범용 CCTV 추가 설치를 요청한 상태다. 방범용 외에 쓰레기투기 감시용, 과속·신호위반을 위한 교통 단속용, 주정차 감시용 등 수천대의 CCTV가 대구 곳곳을 감시하고 있다.
현재 시판중인 CCTV는 성능에 따라 가격이 대당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를 정도로 천차만별이다. 인터넷에는 수만원대 CCTV도 판매되고 있다. 가까운 거리를 감시하는 경우 아날로그 방식의 낮은 해상도가 큰 걸림돌이 되지 않지만 달리는 자동차의 번호판까지 식별할 필요성이 있으면 고해상도의 디지털 CCTV를 설치해야 한다. 강호순을 붙잡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 CCTV에는 차량번호 자동인식시스템이 내장돼 있다. 대당 설치가격이 수천만원에 이르다 보니 대구에는 설치된 곳이 그리 많지 않다. 대구 수성구와 경북 경산 경계 지점에 3대, 달성군 일대에 20여대가 설치돼 있다. 대구에 설치된 방범용이나 쓰레기 투기 감시용 CCTV 대부분은 40만 화소급으로 주간 식별 거리가 고작 25m 정도다. 야간에는 식별거리가 더 짧아진다.
CCTV의 증가는 유용성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CCTV 설치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범죄 발생 및 피해가 우려되는 장소에 CCTV를 설치함으로써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가 발생하더라도 범인 검거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시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간다는 의견을 보인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경찰력만으로는 강력범죄를 막는데 한계가 있다"며 "CCTV가 설치돼 있는 것만으로도 범죄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하는 측에서는 사생활 침해, 설치 목적과 달리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거론한다. 최정임(29·여)씨는 "시민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시를 받고 모든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며 "시민 불편과 인권침해로 인한 피해가 더 클 수도 있으므로 설치는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또 CCTV의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이 지난해 배포한 서울지방경찰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CCTV 최다 운용지역 5곳과 최소 운용 지역 5곳의 2년간 5대 범죄발생 변동률을 비교해본 결과 최다 운용지역의 범죄 증가율이 4.5%로 최소 운용지역의 범죄증가율 3.6%보다 오히려 높았다. 2년 사이 CCTV가 가장 많이 증가한 5개 지역과 가장 적게 증가한 5개 지역 비교에서도 CCTV를 많이 늘린 지역의 범죄증가율이 높게 나타났다. 안경률 의원은 "방범용 CCTV와 범죄예방과 사이에 실질적인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설치효과에 대한 충분한 검증없이 수백억원을 들여 각 지역이 경쟁적으로 설치하는 것은 세금부담만 가중시키고 불필요한 사생활 침해 문제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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