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 모 아니면 도(All or Nothing)

입력 2009-03-10 16:35:07

첨단의료복합단지, 한국뇌연구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올해 정부가 공모하는 주요 프로젝트다. 지난 하반기부터 대구경북의 가장 큰 관심사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다. 이번 상반기 중에 결정될 단지 유치를 위해 지난해부터 시·도는 물론 의료계, 학계, 연구기관들이 총동원돼 유치신청서를 만들고 정부 부처, 심사위원 후보군에 대해 맨투맨식 홍보와 유치 당위성을 설파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뇌연구원 유치를 위해서도 관계 기관들이 뛰고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포스텍, 시도, 포항시, 지역 대학병원이 협력 양해각서를 맺고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뇌융합 연구를 특화 분야로 선정하고 교육기능을 갖는 DGIST의 연구인력과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세계적인 뇌연구 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해 대구경북 유치를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그뿐만 아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에도 대구경북은 발을 디딜 모양이다. 오는 12일 경북도, 경북테크노파크 등 9개 기관이 제이스호텔에서 유치를 위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를 위해서만 전국 10개 권역이 인접 지자체 간 연합을 통해 치열한 유치경쟁을 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100만명 서명운동에다 자기 지역으로 오지 않을 경우 가만 있지 않겠다는 '엄포'까지 놓고 있는 지경이다.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정부가 당장 투자하는 것은 적지만 지식서비스형 산업이자 장기적으로는 엄청난 부가가치가 발생하고 신약 개발, 의료기기, 임상 등 각 부문의 연구개발(R&D)이 집중될 것이기 때문에 각 지자체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 대구경북으로서도 수도권을 제외한 어느 곳보다 의료 관련 인프라가 앞서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다른 분야보다 유치 당위성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첨단의료복합단지, 한국뇌연구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등 이들 프로젝트가 모두 대구경북으로 유치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적어도 5개 권역이 나름의 경쟁력과 유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경우 다른 지역에선 '연고권'을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라는 것이다. 한국뇌연구원은 확실한 연구 인프라와 두뇌 유치가 가능해야만 유치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자체가 사실상 포기하고 3개 권역 정도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구경북이 현실적으로 하나만 유치해도 절반의 성공으로 기대하고 있다. 때문에 3개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지역 여건을 잘 반영하면서도 파급효과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대구경북이 유치가능성이 낮은 분야라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대규모 프로젝트 배치에 정서·정치논리가 상당부분 작용할 수밖에 없는 우리 나라 특성상 정작 원하는 분야를 얻기 위한 '聲東擊西'(성동격서)식 전략도 필요할 것이다.

정부도 지자체의 과열경쟁으로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부담을 덜기 위해 이들 프로젝트를 주요 지역에 안배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생기고 있다. 많은 변수가 있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여기서 '선택과 집중'의 문제가 제기된다. '모 아니면 도' 식의 추진체계로는 모든 것을 다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대구경북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시도, 전문가 그룹이 지혜를 짜내고 리더십을 통해 결단과 선택을 해야 할 때다.

이춘수(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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