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대구 달서구 본리동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사무실은 일자리를 구하려는 외국인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성서공단 섬유업체에 다니던 우즈베키스탄인 마르똘(43)씨는 지난 1월 중순 입국한 지 한달 만에 회사에서 해고됐다. 마르똘씨는 "한국에서 일하려고 300만원의 빚까지 지고 왔는데 돈 한푼 벌지 못하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이곳에 모인 30여명의 다른 외국인 근로자들도 처지는 비슷했다. 스리랑카에서 온 싼짜이(32)씨는 직장을 구하지 못해 불법체류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일자리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으나 기술도 없고,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을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외국인노동상담소 관계자는 "문 닫는 기업들이 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맨 먼저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며 "당장 잘 곳도 없거나 끼니를 거르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다"고 했다. 지난해까지 임금이 싼 외국인 노동자들을 구해달라는 기업들의 요청이 쇄도했으나 최근 들어 뚝 끊겼다. 이렇다 보니 상당수 대구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났다. 남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생활고도 극심하다. 생활비를 벌지 못해 일부 기숙사에서는 속옷과 세면도구마저 분실되는 사례가 잦다.
외국인 범죄의 상당수는 불법 체류자들이 저지른다. 불경기로 직장에서 쫓겨난 외국인 근로자들이 늘어나면서 불법체류자가 되고, 생활고에 시달린 이들이 쉽게 범죄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
범죄 피해를 당하더라도 불법체류자 신분이어서 신고하기 쉽지 않은 점을 악용, 같은 외국인 근로자를 상대로 한 범죄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 때문에 불법체류자 수를 줄이는 게 외국인 범죄를 예방하는 방책이라는 지적이 많다. 단속을 통한 추방보다는 외국인을 불법체류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인권단체들은 현재 외국인 근로자 고용법이 2개월 이내에 근무지를 변경해 고용허가를 받지 못하면 출국해야 한다고 규정해 탄력적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구 외국인 노동상담소 김경태 목사는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는 일자리를 잃은 외국인 근로자가 일시 귀국한 뒤 되돌아올 수 있는 방안이나 재취업 기간 연장 등 불법체류자가 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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