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연출 '즐거운 인생' 대구공연 앞둔 배우 오만석

입력 2009-03-07 06:00:00

배우 오만석(35). 젊은 나이에 첫 연출에 도전했다. 작품은 '즐거운 인생'.

그는 최근 서울에서 총 114회의 공연을 끝냈고 오는 14, 15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용지홀에서 4회에 걸쳐 공연한다. 젊은 배우가 연출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관심이자,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하지만 그는 2년 전부터 생각했고 1년 이상 준비를 거쳐 선보이는 작품이라고 했다.

175㎝, 64㎏의 다부진 체격에 운동신경까지 뛰어난 오씨는 인문계 고교를 졸업한 뒤 배우를 꿈꾸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 오랫동안 무명시절을 보내다 1999년 드디어 연극 '이(爾)'에서 공길 역을 맡으며 대중에 이름을 알리게 된다. 이후 그는 연극배우, 영화배우, 뮤지컬배우 등을 넘나들며 배우로서 자질을 인정받다 10년 만에 또 다른 세계인 연출에 도전한 것. 그를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에서 만났다.

◆즐거운 인생은 사랑과 소통을 그리고 있다.

-즐거운 인생은 어떤 작품입니까?

"제목과는 달리 전혀 즐겁지 않은 인생들의 총집합입니다. 첫사랑과 헤어진 노총각 음악선생, 남편에게 이혼당한 엄마, 돈 없는 시나리오 작가 등 인생은 힘들지만 즐겁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사실 이들은 웃을 일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우울한 인생들이지요. '노래할 수 있으면 아직 끝난 게 아니다'는 대사는 우리가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 음악과 사랑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인생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나요?

"현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비애를 그렸어요.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미디어를 통하거나 직접 만나기도 하지만 문제는 사람들 간 진실된 소통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사람들 간 관계가 많이 무너지는 현실이지요.

쉴 새 없이 서로 떠들고 맞장구치지만 허울 좋고 진실된 소통은 잘 없어요. 이런 가운데 서로에 대한 진실된 이해가 이뤄집니다. 몰이해에서 이해로, 몰인정에서 인정으로 가는 과정이 '즐거운 인생'이고 이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예요."

◆배우와 연출가의 길을 병행하겠다

-연출 스승 김태웅씨와는 어떤 인연을 갖고 있습니까?

"선배는 사석에선 여덟살 많은 형이에요. 제가 군대를 제대하고 왔을 때 김태웅 선배는 학교 조교였고, 대학원 과정 졸업반이었어요. 이때 직접 쓴 작품인 연극 '이'라는 대본을 저에게 줬고, 이를 읽어보고 너무 좋아 선배의 대학 졸업작품으로 연극으로 올렸는데 제가 공길 역을 맡았습니다. 작품이 너무 좋아 극단 '연우무대'에서 공연을 다시 하자고 했지요. 그래서 대학로 공연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으로 2000년도 한국연극협회 첫 남자신인연기자상을 받기도 했어요. 이때 선배는 제가 연출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즐거운 인생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연극 '이'를 뮤지컬 버전으로 새로 만드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인생도 뮤지컬에 맞게 각색을 했습니다."

-향후 배우와 연출가 중 어디에 중점을 둘 생각인가요?

"기회가 된다면 병행할 생각이에요. 연극을 시작할 때부터 공연을 만드는 과정을 좋아했고 실제로 배우로서 참여할 때도 연출가가 장면 구성을 맡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후배들을 데리고 '동물원 이야기'라는 작품을 할 때도 '즐거운 인생' 작가가 보고 연출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며 권유를 계속했어요. 앞으로 자주 연출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아주 드문드문 3년에 1차례 정도 생각하고 있어요. 환갑이 지나도 도전할 것이고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거장과는 감히 비교될 수는 없겠지만…."

◆항상 올려다보며 천천히 오르막길을 가겠다

-좌우명이 있다면.

"내게 100%인 무언가는 없어요. 1등은 안 해도 좋은 게 아니라 하고 싶지 않습니다. 원래 등산할 때도 오르막길보다 내리막길이 속도가 빠르고 훨씬 위험하잖아요. 저는 평생 올려다보며 천천히 오르막길을 오르고 싶어요."

-자신의 성격에 대해 어떻게 평할 수 있을까요.

"참을성 50점, 인화력 80점, 책임감 75점 정도. 성격은 생각보다 조금 다혈질이에요. 아니다 싶을 때는 강하게 얘기하는 편이고요. 화날 때 푸는 법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피아노를 꽝꽝 친다든지 북을 두세 시간 정도 손에 피가 날 때까지 치기도 합니다. 아니면 운동으로 풀고요. 사람은 너무너무 좋아해요. 사람들과 뭘 만드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화합능력은 좋다고 자평합니다. 그래서 이런 일 하는 것 같아요. 일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어릴 때 꿈, 현재의 꿈, 50세 이후 오만석의 모습을 어떻게 그립니까.

"학창시절에는 공부를 못하지는 않았고 가출하거나 심하게 방황한 적도 없었지요. 집, 학교, 운동이 전부였습니다. 어릴 적 꿈은 운동선수였고, 축구를 아주 좋아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꿈이 없어요. 지금 하는 일에 너무 만족하고 있어요. 나이 50이 되더라도 배우로서 좋은 작품을 섭외받을 수 있고, 할 수 있는 체력이 되면 좋겠어요. 60, 70세가 넘어서도 연출도 주저하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현재 뮤지컬 헤드윅에서 함께했던 밴드들과 부드러운 록 음반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씨에 대한 부모님의 바람은 무엇인가요?

"처음엔 연기자의 길을 안 좋게 생각하셨습니다. 불안정한 직업을 갖기보다는 안정된 직장에서의 삶을 살기를 원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군 제대 이후 아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더 큰 응원자가 되어주시고 있습니다. TV에 많이 등장할수록 더 좋아하십니다. "

◆함께했던 다른 배우들이 고맙다

-유명세를 타게 했던 연극 '이(爾)'의 본인 공길과 영화 '왕의 남자' 이준기 씨의 공길역을 비교평가해 볼 수 있을까요?

"연극 '이'의 공길은 조금 더 정치적인 인물입니다. 궁중 광대지만 광대 이상을 꿈꾸며 진정한 광대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연극에선 장녹수와의 힘겨루기 장면도 들어있어요. 반면 영화 '왕의 남자' 공길은 정서적인 인물이에요. 영화에서는 조금 더 보여지는 것을 부각시킨 것 같아요. 아무래도 공길이 동성애 코드가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외모가 더 두드러졌습니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광대의 아름다움을 배우 이준기씨가 잘 표현했고요."

-뮤지컬 '헤드윅'에 더블캐스팅된 배우 조승우씨는 어떻게 보세요?

"제가 조승우씨보다 더 나은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단지 제가 승우씨보다 나이가 좀 많으니까, 나이에서 오는 어떤 느낌은 있겠죠. 승우씨 같은 경우엔 너무 영리하죠. 관객과의 호흡도 너무 좋고요. 저보다 확실히 나아요. 배우가 가지고 있어야 할 덕목을 선천적으로 많이 타고났고, 후천적으로 노력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TV로는 '포도밭 그 사나이'로 떴습니다. 상대 여배우 윤은혜씨와의 호흡은 어떠했습니까?

"그때 당시 윤씨는 톱스타 반열에 올라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겸손하고 따뜻했어요. 또 항상 준비도 철저히 해오고 현장 분위기도 빨리빨리 파악했지요. 본인의 장점도 잘 살리고 안목이 있는 배우인 것 같아요. 드라마 찍으면서 재미있었고 호흡도 잘 맞았어요. 다른 작품에서 다시 한번 만나고 싶어요."

-첫 연출작품 '즐거운 인생'의 주연배우 유준상씨는 어떤가요?

"저에게는 형이에요. 아주 성실하고 진실해요. 또 이 작품에서 주인공이 드러내려는 내면이 준상이 형이 부르는 노래와 잘 맞아요. 연기 부분에서도 개인적으로 상당히 만족합니다. 기대치를 정해두지는 않지만 굳이 평가를 하자만 생각만큼 잘해 주신 것 같아요. 하지만 '파란' 가수 출신의 라이언씨는 뮤지컬이 처음이다 보니 많이 어려워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나중에는 기량이 많이 향상됐지만…."

◆만석을 기대한다

-대구공연에 거는 기대는 무엇인가요?

"대구와는 인연이 깊은 것 같습니다. 1년에 두번 정도는 가게 됩니다. 다른 동료들의 공연을 보러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서울 다음으로 뮤지컬의 메카가 된 대구를 앞으로도 자주 찾을 것 같아요. 뮤지컬 미스 사이공과 맘마미아도 대구에서 처음 봤습니다. 대구 관객들도 뮤지컬을 참 재미있게 즐기면서 보는 것 같아요. 지난 2003년 뮤지컬 그리스 대구 공연 때도 관객들의 반응이 참 좋았습니다. 제 이름처럼 대구에서 관객이 '만석'으로 꽉 찼으면 좋겠네요."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프리랜서 장기훈 zkhaniel@hotmail.com

▨ 오만석은?=1975년생. 서울영동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1기 졸업. 데뷔작은 연극 '파우스트'. 한국연극협회 남자신인연기상,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 인기스타상, KBS연기대상 신인연기상, SBS 연기대상 남자연속극부문 연기상 등을 받았다. 영화 '라이어'(알렉스역) '잔혹한 출근'(스폰지역), 드라마 '무인시대'(양표역) '신돈'(원현역), 연극 '갈매기'(뜨레쁠레프역) '보이체크'(백치칼역), 뮤지컬 '록키호러쇼'(록키역) '오 해피데이'(에로스역) '그리스'(대니·두디·유진역) 등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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