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내 면세점' 왜 필요한가

입력 2009-03-06 09:29:57

▲ 수도권과 부산에 면세점이 집중되는 바람에 대구경북지역의 자금 유출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대구시는 각종 국제대회 및 행사가 줄을 잇고 있어 대구에도 면세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공항 등의 국내 면세점. 매일신문 자료사진
▲ 수도권과 부산에 면세점이 집중되는 바람에 대구경북지역의 자금 유출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대구시는 각종 국제대회 및 행사가 줄을 잇고 있어 대구에도 면세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공항 등의 국내 면세점. 매일신문 자료사진

엔화가치가 원화에 비해 1년여 전보다 두배 가까이 뛰면서 일본인의 한국여행 경비는 절반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인천·김포공항과 서울, 부산 시내면세점은 최근 일본 여행객들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

반면 대구는 지역 시민들까지 부산 시내면세점으로 원정 쇼핑을 가고 있어 오히려 역내 자금이 유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엔 시내면세점이 없는데다 (주)호텔롯데부산, 파라다이스부산 등이 범어네거리 인근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면서 대구손님을 빨아들이는 탓이다.

◆대구 시내면세점 왜 필요한가

대구시 및 관광 관계자들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때 30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대구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세계소방관대회에도 5천명 이상의 각국 소방관과 가족이 대구를 찾을 예정이고 2012년 세계곤충학회, 2013년 세계에너지총회 등 대구에 대형 국제행사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대구시 이배현 관광기획 계장은 "관광의 축은 볼거리와 쇼핑이다. 대구에 잇따르는 대형 국제행사를 앞두고 관광객 쇼핑편의 제공을 위한 인프라 확충 차원에서 시내면세점 신규허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07년 기준으로 대구지역 방문 외국인(7만6천명)과 출국자(30만명)의 30%인 11만3천여명이 서울 및 부산의 면세점을 이용하는 것으로 관세청과 대구시는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300억원의 내국인 면세점 매출액이 서울 및 부산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광 관계자들은 수도권(6개) 및 부산(2개)과 견주어 볼 때 대구의 도시 규모를 고려할 때도 면세점이 필요하다는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걸림돌을 제거하라

현재 관세청의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는 면세점 신규특허 요건으로 '전년도의 전체 시내면세점 이용자 수 및 매출액 실적이 외국인에 의한 구성비가 각각 50% 이상인 경우'와 '전년도에 해당지역의 국제공항만을 통한 외국인 입국자가 30만명 이상 증가한 경우' 두가지로 제한돼 있다. 2007년 이전보다 더 조건을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다른 지역 시내면세점도 이용자수 및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구성비가 30%(내국인70%)대에 머물고 있어 신규특허 요건 50% 규정은 시내면세점 설치를 사실상 원천봉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특히 대구는 대구공항을 통한 입국자보다 인천공항(KTX이용), 김해공항, 부산항을 통한 방문객 수가 훨씬 많아 해당지역 국제공항만을 통한 입국자수 적용은 불합리하다고 대구시는 보고 있다. 2007년 대구지역 방문 외국인 7만6천명 중 대구공항을 통한 입국자는 1만4천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방문객의 급격한 증가가 예상되는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및 경제자유구역 설치 등의 변화된 여건을 현재 규정으로는 반영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방법은 없나?

김범일 대구시장은 지난 연말 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 지원특위에 시내면세점을 설치할 수 있도록 면세점 설치요건 개정을 건의했다. 또 대구시 실무진들도 최근 관세청 관계자들을 만나 설치요건 개정을 협의했다.

하지만 관세청은 현재 내국인 면세점 유치를 희망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많은데다 시내면세점은 점차 폐지하고 사후면세점(외국인 전용 면세점) 위주로 전환하는 정책방침에 따라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단일행사로만 30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방문할 것인 만큼 전문가들은 시내면세점 설치요건에 '세계 3대 스포츠제전 개최도시' 규정을 넣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외국인 입국자 수 산정지역 기준을 대구의 경우 경북을 아울러 '대구·경북을 합산'해 적용토록 해야 한다는 것.

백창곤 대구컨벤션뷰로 이사장은"내년부터 대구에 대형 국제행사가 줄줄이 열린다. 대구에 시내면세점이 없으면 자칫 '잔칫상'만 차려주고 실익은 다른 지역이 챙기는 현상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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