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굴레 탈출해도 사회 정상복귀 '별따기'

입력 2009-03-06 09:47:00

지난해 상담소의 도움으로 성매매업소를 탈출한 K(31·여)씨는 최근 대구를 떠나 낯선 전북 전주에서 생활 중이다. 대구에서는 정착할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 5년간의 지옥 같던 성매매의 굴레에서 벗어날 때만 해도 K씨는 희망에 부풀었다. 1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우울증을 고치고 대입 검정고시에도 합격했다. 새로운 삶을 위해 피부관리사 자격증도 땄다. 그러나 일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대구에서 직업훈련과 인턴십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자활지원센터가 없는 탓이었다. K씨는 "자활지원센터가 있으면 치료를 병행하면서 일을 할 수 있는데, 대구에서는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며 지내야 하기 때문에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6년간 성매매를 강요당한 A(27·여)씨 사건을 계기로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치료와 자활 지원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피해 여성들이 지낼 수 있는 쉼터와 치료 프로그램이 부족한데다 사회 복귀를 도우는 자활지원센터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성매매 업소에서 구조된 여성들은 상담소를 통해 성매매 알선과 선불금 등 민·형사 소송에 대한 법률 지원을 받은 뒤 의료지원을 받는다. 이후 검정고시를 보거나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 자격증을 취득한 뒤 사회로 복귀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대구시에 따르면 성매매 피해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상담소는 성매매여성인권지원센터와 대구여성회관 태평상담실 등 2곳뿐이어서 여성들 모두에게 혜택을 주기 어렵다.

성매매 피해 여성이 안전하게 의탁할 수 있는 쉼터 역시 '단디이음' '소망의 집' 등 2곳이 고작인데다 전체 수용인원 역시 26명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쉼터를 찾거나 지원을 받는 피해 여성은 연간 200~300명에 이르러 쉼터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형편이다. 김영순 대구여성회 대표는 "쉼터는 늘 인원이 차 있기 때문에 피해 여성들에게 권유조차 하지 못한다"며 "성매매 피해를 입은 기간만큼 회복 시간이 들지만 쉼터와 그룹 홈을 다 합해도 거주 가능 기간은 최대 2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피해 여성들을 위한 전문 상담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성 치료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단순 상담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대구가톨릭대 백용매 심리학과 교수는 "피해 여성들은 보호받고 있다는 인식을 해야 솔직한 감정을 드러낸다"며 "쉼터와 연계해 지속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자활 노력을 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피해 여성들의 사회 복귀를 도울 수 있는 자활지원 센터가 지역에 한곳도 없다는 것이다. 서울, 부산, 인천, 전주 등 전국 대도시들이 자활지원센터를 갖추고 있는 것과도 비교된다. 여성계는 정부와 매칭펀드로 이뤄지는 자활지원센터의 설립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구시는 예산 부족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자활 사업은 임금이 낮고, 성매매 피해 여성들도 사회 적응력이 떨어져 일자리를 마련하기 어렵다"며 "올해 말 성매매 집결지 대상 사업이 끝나면 자활지원센터 등 관련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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