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번식 막으려면 사후 관리 철저히
물은 생명의 원천이다. 우리 몸의 70%는 물로 이뤄져 있다. 음식을 먹지 않고는 1주일 이상 살 수 있지만 물을 마시지 않으면 75시간 이내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다. 물만 잘 마셔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좋은 물은 몸을 건강하게 해 스스로 질병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다. 세계보건기구는 "깨끗한 물을 마실 경우 현재 질병의 80%까지 제거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허준은 동의보감을 통해 '사람마다 건강과 수명이 다른 가장 중요한 요인은 마시는 물에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장수촌에는 어김없이 자연 미네랄 성분이 많이 함유된 좋은 물이 있다.
물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보다 좋은 물을 마시기 위해 많은 가정과 사무실에서 정수기 또는 냉'온수기를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수기에는 수돗물, 냉온수기에는 생수가 원수로 사용된다. 웰빙 바람을 타고 정수기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국내 정수기 시장 규모는 2005년에 이미 1조원대를 넘어선 상태다.
그러면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정수기와 냉'온수기 물은 과연 안전할까? 최근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시중에서 팔리는 정수기의 약 10%가량이 정수 성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민간 연구소에 맡겨 시중에서 판매되는 정수기 105개 제품의 성능을 검사한 결과 태영이앤티와 웅진코웨이 등 8개 회사의 10개 모델이 색도나 탁도, 특수정수 성능 등에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색도란 정수된 물의 외형상 색깔을 의미하며 탁도는 탁한 정도를 말한다. 성능을 분석한 연구소 측은 "정수기 업체들이 제품허가를 받을 때는 성능이 우수한 필터를 사용했다가 시판할 때는 이보다 못한 필터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2007년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이 부산시내 다중이용시설 374곳에서 제공하는 정수기의 수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52.6%에 달하는 197곳에서 일반세균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 시설별로는 찜질방 113곳 중 65.5%인 74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아 가장 많았고, 병원 57곳 중 23곳(40.4%)에서도 기준을 상회하는 일반세균이 나왔다. 총대장균군은 31곳(8.3%)에서 검출됐는데 찜질방이 13곳(11.5%)으로 가장 많았고, 관공서(9곳'9.6%)와 병원(3곳'5.3%) 등 위생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조차 음용에 부적절한 물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원은 대다수 정수기가 렌털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정수량이나 정수방식, 원수의 종류에 상관없이 획일적으로 필터 교환이나 청소가 이뤄지는 것이 오염 원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냉온수기의 경우 수질기준을 만족하는 먹는샘물을 원수로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 관리가 없는 것이 위생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수기와 냉'온수기는 사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리를 잘하면 좋은 물,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지만 잘못하면 세균의 온상이 될 수 있다. 정수기의 경우 필터 교환주기를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정수기는 여러 단계의 필터로 이뤄져 있으므로 필터를 교체할 때 필터 순서나 상하가 바뀌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필터는 정수기 제조업체에서 판매하는 것을 사용해야 한다. 제조사가 불분명한 필터는 본연의 구실과 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 정수기의 상당수가 임대이기 때문에 제품을 구입할 때 필터 교환과 청소 등 관리를 잘 해주는 업체를 선택해야 한다.
냉온수기 물도 고인 상태로 오래 두면 감염 위험이 있으므로 바로 마시든지 받아서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냉온수기용 대형 생수는 처음에는 깨끗한 원수 상태를 유지하지만 며칠이 지나면 외부 공기가 통안으로 들어와 공기 중 일반세균이 번식을 시작한다는 보고가 있다. 휴가 등으로 정수기나 냉'온수기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청소 후 사용해야 하며 한번 정도는 물을 받아 비운 뒤 마시는 것이 좋다. 청소는 물이 나오는 배관까지 해줘야 세균 번식을 막을 수 있다. 주위 환경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수기나 냉'온수기가 놓인 주방은 물, 적당한 온도, 음식물 찌꺼기 등으로 인해 벌레가 활동하기 쉬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서는 기업체 사무실이나 생산공장 등에서는 대형 물통으로 얹어 사용하는 냉'온수기에서 페트병으로 생수를 대체하는 추세가 짙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우리나라 생수 시장의 경우도 외국처럼 냉'온수기에서 페트병 시장으로 전환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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