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갈등 되레 부추기는 '대표'들 법보다 국민이 무서운 걸 모르나
보는 사람마다 "낯 뜨겁다"고 한마디씩 했다. 난장판 국회 이야기다. 대한민국 국회가 격투기장 된 지 오래지만 숫제 코미디다. 진짜 코미디면 웃느라 스트레스 해소라도 되지, 이건 웃기면서도 국민 울화 치밀게 만드는 변종 코미디다. 뉴스에 귀동냥 조금이라도 하는 국민이라면 요즘처럼 속 터지는 때도 없다. 굴비 두름 엮듯 실직자가 줄을 잇고 팍팍한 삶이 죽기보다 어렵다는 소리가 터져나오는 판에 그 빠르다는 정치인 눈치는 다 어디 갔나. 대표라고 뽑아놨더니 서로 패대기치느라 야유 소리는 아예 귓등으로 듣는 모양이다.
코미디판은 또 있다. 한반도 북쪽에서다. 서로 담 쌓고 살자며 총질이나 해대고 열차마저 세우더니 이제는 미사일이란다. 속셈이 뻔한데도 인공위성이라 둘러대고 오늘내일 재는 꼴이 점입가경이다. 형편 어려우면 알아서 해결하든가 아니면 탁 털어놓고 함께 풀어보자고 손 내밀든지 할 노릇이지 만날 "너 때문"이라며 욕지거리다. 한 핏줄에 그리 부화 지르고 뭘 챙기겠다는 건가. 아무리 없이 사는 처지라지만 참 남세스럽다. 그러고도 "남과 북, 해외의 온 민족이 단합해야 통일된다"며 "민족 단합의 유일한 중심은 김정일 위원장"이라고 나발을 불어댄다. 이러니 '꼴사나운 코리안' 소리 듣는 게다.
우리 사회의 통합성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갈수록 떨어져 지금 심각한 사회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OECD 24개국 중 19위라는데 거의 바닥 수준이다. 다양한 원인이 작용했겠지만 대의보다는 지역과 정당, 조직 논리를 앞세우다 보니 걸핏하면 반대하고 서로 못 잡아먹어 난리다. 우리 사회가 모래알처럼 흩어지면 누가 손해인가. 바로 우리 손해다. 옛말에 '밥그릇에 밥 먹는 자는 그 그릇을 깨지 않고, 나무 그늘 덕 보는 자는 그 가지를 꺾지 않는다'고 했다. 남북 모두 집안 꼴을 엉망으로 해놨으니 '코리안 프리미엄'에 열내 봐야 소용없다. 연일 외신들이 '한국 깎아내리기'에 나서는 것도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국민이 일자리를 잃든 말든 쟁점법안 놓고 스크럼이나 짜고, 인민이야 굶어 죽든 말든 '강성대국' 목청이나 높이는 건 결코 정상이 아니다. 형편없이 질 나쁜 뒷골목패나 하는 짓이다. 걸핏하면 국회 문 부수고, 상대 목 조르는 폭력이 춤을 춰서야 누가 정신이 온전하다고 하겠나. 양식에 벗어나고 정도를 넘어서면 이미 비정상이다. 품격과는 거리가 멀고 점수가 깎여도 한참 깎인다. 이렇게 실추된 국가 이미지를 되돌리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알기나 할까. 당쟁과 士禍(사화)로 죽이고 죽던 '조선'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 아닌가.
'국가의 품격'을 쓴 일본 수학자 후지와라 마사히코는 "논리가 매우 중요하지만 논리만으로는 세계가 파탄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이론이든 논리적으로 정확하다고 해서 그것을 철저히 관철시키려 든다면 인간 사회는 거의 필연적으로 망한다는 소리다. 한나라당 논리가 불가피하고, 민주당'민노당 논리가 맞을 수 있다. 그렇다고 열 일 제쳐 두고 짧은 논리에 매달리면 나라 꼴이 어찌 되나. 세상을 움직이는 건 법이 아니라 사람이다. 與(여)가 野(야) 되고, 야를 여 되게 하는 것도 사람이고 국민이다.
어저께 한국계 교수가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 8개 대학 역사상 첫 아시아계 총장이 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타임지는 2006년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하면서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물 건너면 이런 한국인, 한국계 인물이 심심찮게 나오는데 이 땅에서는 왜 안 나오나. 거창하게 세계까지 바라지 않는다. '한국을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 말이다.
국가의 품격은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정서'와 '樣式(양식)'에 달려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교양머리 없는 사람들이 계속 지도자랍시고 떵떵거리는 한 우리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밑도 끝도 없는 싸움은 이제 끝내야 한다.
徐 琮 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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