敎界 원로 가르침'언론 충고 무시, 정가에선 당리당략 고함소리만
참으로 馬耳東風(마이동풍)이다.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십시오'란 對(대)국민 유언 같았던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이 아직도 귀에 쟁쟁한데 벌써 의사당과 길거리에는 증오와 갈등이 되살아났다. 바로 일주일 전 '그들(국회의원)의 가슴에 추기경님의 가르침이 얼마나 오래 따뜻하게 담겨 있을 것인가'라고 미심쩍어했던 짐작도 일주일 만에 들어맞았다.
하기야 나라의 큰 어른이 세상을 떠나시면서 남기신 말씀도 흘려듣는 판에 언론의 사설이나 칼럼 따위의 글들이 떠드는 소리쯤은 시답잖게 들릴 것이다.
풀섶 속의 찌르레기 소리만큼이라도 들어보려 했다면 저렇게까지 '깽판' 치고 민생을 차 던지지는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마이동풍이다. 추기경 말씀도 언론의 충언도 다 허튼소리요, 마이동풍으로 듣는다면 이제 누가 나서 꾸짖고 타일러야 듣는 척이라도 할 것인가?
마이동풍, 시인 李白(이백=이태백)의 '答, 王十二 寒夜獨酌有懷'(답, 왕십이 한야독작유회)라는 詩(시)에 나오는 말이다.
바른 소리를 몰라주는 세상과 권세가들을 원망하는 王十二라는 선비가 보내온 '寒夜獨酌'(추운 밤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이란 시를 받아보고 답신을 보낸 글에서다.
'자네는 요즘 유행하는 닭싸움을 배워 秘策(비책)을 내고 임금의 마음에 들어 어깨 으스대며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고 있네. 그렇다고 칼을 차고 오랑캐를 무찔러 임금의 측근 요직을 꿰차는 일도 흉내 내지 못하네. 우리들이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란 햇볕도 안 쪼이는 북쪽 창문 안에 틀어 앉아 시를 읊거나 賦(부)를 짓는 정도의 일뿐일세. 一萬(일만) 마디를 쓰고 지어 봤자 고작 술 한 잔의 가치도 없네. 세상 사람들(권력가)이 우리가 쓴 시나 부(세상 일의 은유나 世論 등)를 들으면 다들 고개를 저을 걸세. 마치 東風(동풍)이 말의 귀를 스치는 것과 같음이니 한가한 동풍이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은데 애써 새겨들을 리 없잖겠는가….'
어차피 권력가들은 그런 부류니 곧은 말 못 알아들음을 한탄치 말고 술이나 마시자는 자조 섞인 답신이다.
지금의 우리도 언론의 公論(공론)이나 소리 없이 흐르는 밑바닥 민심의 소리만으로는 이미 그들의 귀를 따갑게 하기엔 갈수록 약발이 떨어져가고 있다. 마치 항생제에 내성이 생겨가는 고약한 疫疾(역질)과도 같다.
1970, 80년대 밀치고 밀리는 순진한 몸싸움이 해머와 전기톱으로 진화된 것이 바로 민심을 겁내지 않는 내성의 증거다.
아무리 필요한 법안을 내도 좋은 법안이냐, 나쁜 법안이냐는 논리보다 내 이념과 당리당략의 기준에 맞춰 응징하려 든다. 욕설과 해머 정도는 이미 성에 차지도 않는다. 여성에게까지 눈을 공격할 만큼 포악해졌다.
'눈 할퀴기'(피해자 주장)와 목 조르기, 쇠파이프에도 내성이 생기면 그 다음엔 무엇이 등장할 것인가?
옛 주인을 죽창으로 찌르게 하던 좌익 共匪(공비)영화 '피아골'이 떠오른다. 비약된 공포일까? 그런 파괴적 불안을 파생시키는 극좌파 부류에겐 이념의 장막 뒤에서 어둠의 그림자가 내리는 '속삭이는 명령'이 더 우선된 '미션'일지 모른다. 그들이 귀 기울이는 소리는 오직 보이지 않는 입술, 음모와 파괴의 그림자가 지시하는 투쟁 독려의 목소리요, 성직자와 공론이 외치는 사랑과 화합의 民聲(민성)은 한갓 동풍일 뿐이다.
299명 국회의원의 귀가 다 말귀(馬耳=마이)는 아닐지라도 소수 '깽판'의 주역들의 귀는 분명 말귀 아니면 어둠 속 밤의 말만 듣는 쥐귀로 보인다. 그런 귀에는 어둠의 지령만이 더 크게 들릴 뿐 이태백 王十二처럼 붓끝으로 이러쿵저러쿵하는 언론의 공론 같은 건 들릴 리 없다. 一萬 마디의 시와 賦를 써봤자 한 잔의 술보다도 가치가 없다 했지만 이 사회가 극좌파의 포악함에 눌리지 않고 권력자들의 귀를 뚫리게 하려면 부질없는 시와 賦라도 '민심의 힘'을 믿고 쓰고 또 써져야 한다. 쥐귀'말귀들이 民聲을 두려워하고 평화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사람 귀로 바뀔 때까지-.
金 廷 吉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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