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위기 속에 맞는 3.1운동 90주년의 의미

입력 2009-02-28 17:10:20

3.1운동이 올해로 90주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해 3'1운동 관련 재판 판결문과 독립선언서 원본 공개 등 정부 차원의 여러 가지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도 3'1운동의 민족사 및 세계사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다양한 학술대회가 개최돼 3'1운동 90주년에 쏠리는 국민적 관심을 잘 반영하고 있다. 90주년을 맞는 3'1운동에서 우리가 읽어내고 마음에 새겨 나아갈 길의 지표로 삼아야 할 의미는 무엇일까.

주지하다시피 3'1운동은 민족 전체가 계급, 지역, 이념, 종교를 초월해 일으킨 독립운동이었다. 이를 극명하게 증명하는 것이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이 최근 공개한 3'1운동 재판 관련 '기생단 판결문'이다. 당시 사회 최하층이었던 기생까지 참여했던 것이 바로 3'1운동이었던 것이다. 선조들의 이 같은 대동단결은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잘못 대응하면 엄청난 위기를 맞을 상황에 있으면서도 지도층, 특히 사회를 선도해야 할 정치인들은 싸움질로 날을 지새우고 있다. 정부는 선제적 대응, 속도전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선도해야 할 국회가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여야의 경계를 허물고 한몸이 되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우리는 지역과 이념, 계급으로 갈려 싸워온 지 오래다. 이제 그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빈부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이를 메워줄 교육의 기회도 빈부격차와 비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독립운동사에서 찬연히 빛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곧 지도층의 자기희생이 필요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도층의 자기희생은 공동체의 존립을 담보하는 기반이었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은 90주년을 맞는 3'1운동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3'1운동 90주년에 앞서 열렸던 여러 학술대회에서 새롭게 조명된 것이 하나 있다. '강한 자만이 살 가치가 있다'는 허버트 스펜서류의 사회진화론이 휩쓸고 있었던 당시의 세계적 조류 속에서 인류애와 배타주의 금지를 내세운 것이 바로 3'1운동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3'1운동은 근대 휴머니즘의 본령에 해당된다고 할 만하다. 3'1운동이 보여준 이 같은 '모든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사회적 분열과 경제위기 속에서 표류하고 있는 우리가 꼭 잡고 있어야 할 구명보트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