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바다 생활]옷 수선점과 중고 시계점

입력 2009-02-26 14:49:58

경제가 좀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너도나도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을 수 없다. 있는 것도 한 번 더 쓰는 슬기가 필요한 불황을 이기는 최선의 방법은 낭비를 줄이는 것. 이 때문인지 최근 들어 옷 수선가게와 중고시계수리 점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당장 새 것을 사지 않더라도 고쳐 입을 수 있는 옷은 고치고, 장롱 속 깊숙이 잠자던 부모세대의 시계를 들고 와 고쳐달라는 자녀들도 많다고 한다. 불황을 견뎌내는 서민들의 소비패턴을 들어봤다.

◆동아쇼핑 4층 여성의류코너 '옷 수선실'

"지난해 겨울초입부터 코트나 재킷의 품과 기장, 어깨라인을 줄여 달라는 고객들이 2배가량 늘어났습니다." 직원 3명과 함께 10여 평 남짓한 공간에서 옷 수선을 전담하고 있는 경력 20년의 정재교(46)씨는 쇼핑점 안에서 옷을 구매한 고객들 외에 별도로 유행이 지난 옷을 통째로 들고 와 최신 유행에 맞게 고쳐 달라는 고객의 주문이 밀리면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고객들은 "코트나 재킷의 기장을 줄여달라" "어깨라인과 품을 몸에 맞게 고쳐달라"고 한다.

"경기가 나빠서인지 활동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선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긴 기장은 짧고 단출하게 줄이는 경향이 많고, 매장을 둘러본 뒤 본인의 옷이 유행에 뒤떨어지면 최신 유행 모델로 바꿔달라는 주문이 많아요." 이렇듯 단순 수선이 아닌 완전히 옷 형태를 바꾸는 리폼 주문은 평일엔 3,4건, 주말엔 6,7건이 된다.

보통 신상품의 경우 여성 재킷 20만원선, 남성 양복정장 60~70만원선이지만 유행에 맞게 고쳐 입는 수선비용은 재킷 3~4만원, 양복 6~7만원이면 충분하다. 10분의 1 값으로 새 옷 못지않은 옷을 입게 되는 셈이다.

정씨는 "봄 신상품이 나오는 2월 말이나 3월 초쯤이면 매장에서 최신 유행 스타일을 눈여겨 본 뒤 자신이 갖고 있던 봄옷을 리폼해 달라는 고객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 북성로 시계수리전문점 '제네바시계'

"윗대나 부모님들 결혼식 때 예물로 주고받았던 30~40년 전 기계식 시계를 그 아들과 딸들이 갖고와 수리, 사용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대구 중구 북성로에서 34년간 시계점과 수리를 겸해온 김정하(50)씨는 약 6개월 전부터 오래된 시계의 수리를 부탁하는 고객들이 부쩍 느는 대신 새 시계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환율상승과 경기침체가 가장 큰 원인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소비하는 시계의 약 98% 이상은 모두 수입품이다. 그렇다 보니 1달러당 900원선을 유지할 때 수입한 시계의 소비가 끝난 시점부터는 1달러당 1천300원~1천400원대의 수입시계가 시중에 풀리면서 가격이 예년에 비해 약 30% 이상 오르게 된 것. 30만원대 패션시계가 약 45만원선, 300만원대 명품시계가 400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새 시계 구매는 환율이 안정되거나 경기가 되살아 날 때까지 기다리는 추세여서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대신 기계식 시계의 경우 약간의 손질로 작동이 가능하므로 많은 사람들이 시계 수리점으로 몰리고 있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것. 여기에 휴대전화의 시계기능도 한몫을 하고 있다.

"요즘은 중장년층도 휴대전화 시간 기능을 이용하기 때문에 시계를 찾는 사람이 거의 없고 오히려 젊은 층이 패션용으로 시계를 선호하고 있죠." 고가의 명품 시계인 롤렉스나 오메가를 판매회사에 수리를 맡기면 평균 30~44만원 정도가 든다. 하지만 김씨는 10만원선에 수리하면서 월평균 10여명의 고객들이 찾고 있다.

김씨는 그래서 요즘이 중고명품시계를 구입한 적기라고 귀띔했다. 새 것을 되팔 경우 산 값의 50%정도 밖에 받지 못하지만 중고의 경우 되팔면 최소 구입가격의 90% 이상은 받을 수 있어 환금성이 오히려 새 것 보다 낫다는 것이다. 김씨는 또 자녀들의 학비 마련을 위해 결혼예물로 받았던 고급 시계를 되파는 고객들도 심심찮게 가게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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