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에 매달려 '교육 정상화' 힘들 듯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교육에 격변의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 교육정책에 '자율과 경쟁'의 파고가 들이쳤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4·15 학교 자율화' 조치를 시행한 데 이어 학교정보공개, 일제고사 실시 및 평가결과 공개, 교원평가제(도입 예정),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 등으로 학교와 학생은 물론 교원들까지 유례없는 경쟁의 시대를 맞고 있다. 3회에 걸쳐 격변하는 학교교육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짚어본다.
지난 16일 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초6·중3·고1 대상) 결과 공개는 공교육에 본격적인 경쟁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교육계 안팎에선 '자율과 경쟁'으로 요약되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들이 공교육에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불붙은 학력경쟁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는 학교에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파악해 이들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것이 당초 평가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선 전면적인 성적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대구 각 지역 교육청들은 성취도 평가 결과를 분석해 취약과목에 대한 학습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교감회의를 소집해 분발을 독려하고 있다. 달성교육청 한 장학사는 "달성은 결손가정이 많아 다른 지역에 비해 학생들의 학력관리가 쉽지 않다"며 "정부가 성취도 평가 향상 정도를 인센티브 제공이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배부기준에 연계할 방침을 천명해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학교들은 이미 학교자율화 조치 이후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보강하고 사설 모의고사를 실시하며 경쟁을 강화하고 있는 터에 이번 평가결과 공개는 이런 분위기를 더욱 확산하고 있다. 수성구 A중학교 연구부장은 "성취도 평가결과 공개가 학교별 공개로 확대되면 이는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선 지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교과목 위주로 전면 재편하고 학원 강사까지 투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과열경쟁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많다. 북구 C고 김모 교사는 "교육에도 경쟁이 필요하지만 지금 정부는 경쟁과 효율만 강조하는 분위기"라며 "국·영·수 성적이 뛰어나다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되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공부에 전념한다고 1등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경일여고 반기동 교장은 "공교육이 지나치게 성적 위주의 경쟁으로 치닫게 되면 공교육의 정상화를 기대할 수 없다"며 "학력향상은 교육의 여러 목표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학교정보공개와 교원평가
지난해 12월 실시된 학교정보공시제도(교육 관련 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는 '학교경쟁'의 포문을 열었다. 이 제도는 학부모, 학생 등 교육 수요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한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는 것이 교과부의 설명이다. 현재는 초·중·고교의 경우 학생 및 교원 현황(교원노조원 숫자), 교육여건(시설·학교폭력 발생·환경위생 환경 등), 재정 및 급식상황 등이 공개되지만 2011년부터는 성적까지 대상에 포함된다. 이렇게 되면 성적과 학교환경이 우수한 학교는 선택을 받지만 그렇지 못한 학교는 경쟁에서 밀린다. 북구 D고 교감은 "학교정보공시로 학교의 '품질비교'가 가능하게 됐다"며 "교육여건이 열악한 학교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변두리 학교들이 '슬럼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교과부는 오랫동안 논란을 거듭한 교원평가제도를 조만간 시행할 방침이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지난 19일 "상반기 중 관련 법의 정비를 마치고 교원평가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교원평가제 시범학교였던 대구 중앙중학교 이민형 교장은 "교원평가를 실시한 뒤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교무실에도 '공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전교조 대구지부 김병하 사무처장은 "지금의 근무평정제도도 객관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많은 터에, 교원을 줄 세우는 형태의 교원평가제는 도입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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