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나눕시다] 한길이엔지 서혁수 대표

입력 2009-02-25 09:15:21

▲ 금형가공업체인 한길이엔지 서혁수(38) 대표. 그는 요즘의 실업태풍을 보면서 꼭 2년 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직장에서
▲ 금형가공업체인 한길이엔지 서혁수(38) 대표. 그는 요즘의 실업태풍을 보면서 꼭 2년 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직장에서 '짤린 지' 2주 만에 실업자 재취직과정에 들어간 그는 열심히 기술을 익혀 재취직과정 수료 직후 창업, 사업을 확장해오고 있다. 서 대표는 실직은 인생의 종점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1명이 나가고, 또 1명이 잘려나갔다. 그 다음은? 자신의 차례가 돌아온 것 같았다.

매일 밤 아내는 "절대 사표를 쓰면 안 된다"고 펄쩍 뛰었는데. 어쩌나, 어쩌나….

금형가공 전문업체인 한길이엔지 서혁수(38) 대표. 그는 꼭 2년 전인 2007년 이맘때 이런 걱정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사장님 얼굴에는 '다음은 네가 나가야 한다'고 씌어 있었다. 자꾸만 줄어드는 일감, 쉬는 라인은 갈수록 늘었고 아침에 출근해도 할 일이 없었다. 사장님 입에서는 "야, 임마, 너는 눈치도 없냐? 일이 없으면 나가야 할 것 아니냐"는 말이 곧 튀어나올 것 같았다.

"사표를 냈습니다. 말이 사표지, '짤린' 것이죠. 차부품업체였는데 당시 대구엔 차부품업체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단가 경쟁이 심화됐고 저희 회사가 밀렸습니다. 일감이 하루게 다르게 줄었죠. 직원들이 하나 둘씩 사라졌습니다."

전문대 기계설계학과를 나와 앞만 보고 달려왔던 그는 난생 처음 아침에 출근해서 갈 곳이 없는 신세가 됐다.

"실업급여를 받으니까 당장 생활비는 충당할 수 있겠는데 아침에 눈 떠서 갈 곳이 없는 것이 가장 고통스럽더군요. 아이들 보는 눈도 있고….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실직의 고통을 모릅니다."

그는 "딱 며칠만 좌절하고 그 다음부터는 정신을 차리자"고 자신을 타일렀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아침부터 어딘가 갈 수 있는 곳부터 찾았다.

공통점이 나왔다. 실업자 직업훈련기관이었다. 그는 아침부터 공부를 할 수 있고, 자신이 10년 동안 해온 금형 관련 기술을 한단계 높일 수 있는 CAD/CAM과정을 발견했다.

"실직한 지 2주 만에 노동부가 운영하는 한국폴리텍Ⅵ대학 실업자 재취직과정에 들어갔습니다. 요즘 금형은 컴퓨터를 이용해 설계하고 완제품도 만드는데 새로운 기술을 많이 익혔습니다. 한달 정도 다니니까 재취업이 아니라 창업에 대해 눈을 떴습니다. 직장 생활할 때 몰랐던 부분들을 익히고 나니까 제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선 것이죠."

서 대표는 3개월간의 과정을 마친 뒤 대구 성서공단에서 중고기계 1대를 놓고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다. 첫달 매출이 200만원. 일단 성공이었다.

일감은 계속 늘었다. 기술을 믿고 맡기는 업체가 많아지면서 월평균 매출이 1천만원까지 올라왔고 1년만에 공장 규모도 늘려 현 장소인 달성군 세천리로 이사했다.

"요즘 모두 어렵다고 하는데 저희 회사는 일감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습니다. 금형설계·가공 부문은 부가가치가 높습니다. 납품 1건을 하면 벌어들이는 수익이 다른 제품보다 높다는 것이죠. 시제품을 만든 뒤 양산 과정에서 불량이 발견되면 엄청난 손해가 납니다. 때문에 금형설계 단계에서 불량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하이테크 금형기술이 각광받는 이유입니다."

서 대표는 요즘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직자들에게 '선배'로서 충고를 했다.

"자기가 했던 분야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갑작스레 엉뚱한 것을 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입니다. 짧게는 몇년, 길게는 10년 넘게 근무한 직장의 경험을 살려 재취업을 하든지, 창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아이디어가 곧장 생각나지 않을 테니 다양한 실직자 재취업과정에서 기회를 찾아봐야 합니다. 시간을 벌 수 있고, 생각도 다듬을 수 있습니다."

그는 기술력은 자신 있는 만큼 몇년 안에 자가 공장을 갖고 싶다고 했다.

"실직, 재취업훈련, 다시 창업으로 이어져온 저희 같은 사람들은 기술은 있는데 돈이 없습니다. 설비투자를 하려고 은행에 가면 담보를 내놓으라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는 소규모 기업이 자랄수 없습니다. 저희 같은 사람의 희망이 꺾이지 않도록 기술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세요. 기술력 있는 작은 기업들이 쑥쑥 커나가야 일자리가 생깁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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