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대구 남구 대덕문화전당. 1천여명의 주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과학고 이전유치를 위한 결의대회'는 정당의 전당대회를 방불케 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피켓과 플래카드가 곳곳에 등장했고,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명문학군 남구, 과학고 유치로!"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참석자 대부분은 각 동의 주민자치위원과 통장, 여성단체협의회, 새마을협의회·부녀회, 자유총연맹 등 관변단체 회원들. 600여명이 앉을 수 있는 강당은 발디딜 틈도 없이 꽉 차 100여명은 아예 참석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1시간여의 결의대회를 통해 결의문을 채택한 참석자들은 대덕문화전당에서 앞산네거리까지 행진을 벌인 뒤 오후 4시가 넘어서야 해산했다.
2011년 문을 여는 대구과학고 유치를 둘러싼 기초지자체들의 경쟁이 과열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주민을 동원한 대규모 행사나 서명 운동, 결의문 채택에 나서는 등 지자체마다 과학고 유치를 위한 갖가지 대책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
하지만 경쟁이 과열되면서 대구 교육과 지역 전체 발전에 적합한 부지가 선정돼야 한다는 취지는 퇴색된 채 민선기초자치단체장들의 치적 쌓기,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경쟁은 달성군이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달성군이 주민 2만여명의 서명서를 제출하자, 뒤늦게 남구가 이에 질세라 지난달 15일부터 서명운동을 시작해 5만3천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남구 주민이 7만가구(18만명)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거의 대부분 가구가 서명한 것. 남구청 관계자는 "통장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서명을 받았고 아파트 운영위원회에서도 서명운동에 동참한 결과"라며 "그만큼 남구 주민들의 유치 열의가 강력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각 지자체들은 저마다 동상이몽에 부풀어 있다. 동구는 "혁신도시 내에 특목고 설립 추진 방안을 검토하라"는 시장의 회의석상 발언에 희망을 걸고 있고, 달성군은 박근혜 의원의 총선 공약사항이었던 점을 들어 정치권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구시교육청은 지자체 간 경쟁에 동요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시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 관계자는 "25일 제2차 심사위원단 회의를 열고 과학고 부지 선정 기준을 확정지을 계획이지만, 주민들의 유치 열의는 반영 항목이 아니다"며 "서명서나 결의문 등은 참고사항만 될 뿐 배점이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과학고 부지 결정은 통학 편의성과 교육격차 해소, 도시계획과 연계한 발전가능성, 재정적 지원 등의 요소로 구성된 채점항목에 따라 시교육청 심사위원단이 각 구·군청이 제출한 제안서를 바탕으로 평가하며, 이르면 4월 초 과학고 이전 부지를 확정지을 계획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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