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 원화 약세의 원인과 대책

입력 2009-02-23 11:10:56

금융.실물경제 위기 동시다발, 재정.환율정책 동시 수행해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연일 상승하는 가운데 지난 20일에는 달러당 1,500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11월 이후 최고치로서, 미국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과 동유럽의 금융 불안이 심화됨에 따라 발생하는 현상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외부 상황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그 변동이 얼마나 더 심해질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환율의 변화를 보면 기존의 통념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를 요약하자면 미국의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나타나고 있는 달러 강세 현상, 또 다른 침체국인 일본의 엔화 강세 현상, 그리고 점차 심화되고 있는 원화의 약세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가 금융 위기를 겪으면 그 나라의 통화 가치는 하락하는데, 미국이 금융 위기와 제조업 부진 등의 여러 악재에 시달리는 반면 달러화는 변함없이 높은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역시 장기적인 경기 침체를 겪고 있지만 엔화 가치는 오히려 상승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원화 가치는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어야만, 그에 따른 적절한 대처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금융 위기의 타개책으로 자금 경색 현상을 해결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정책 금리를 0~0.25%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이 경우 달러 공급이 증가하여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당연한데, 현재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는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달러는 전 세계에서 쓰는 '공인된'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안전자산을 보유하려는 심리로 인해 달러 확보 경쟁이 이루어진다. 또한 통화 당국이 달러를 많이 풀어놓은 데 반해, 실질적으로 그것을 기업에 공급하는 은행이 쉽게 자금을 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자금 경색은 해결되지 않고 달러가 원활히 돌지 못함에 따라 달러의 가치는 계속해서 높게 유지된다.

다음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주된 이유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기 때문이다. 엔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고금리 국가의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것인데 이것이 청산됨으로써 자금이 일본으로 되돌아오면서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수요가 급증하여 엔화가 강세를 보이게 된다. 또한 최근 급격히 금리를 인하한 주요 국가들에 비해 일본의 금융 기관들은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외환 보유액도 안정적인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이유가 된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07년 12월 이후 엔화는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외화 강세는 원화의 약세를 초래하는데, 이에 따른 우리의 이익과 손실은 무엇이 있을까? 환율의 상승은 수출시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궁극적으로 경상수지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데, 최근 해외에서 자동차, LCD, 휴대폰 등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는 것 역시 우수한 품질에 비해 제품을 낮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는데 기인한다. 반면 환율 상승은 수입원자재 가격을 높여 제품 제조비용을 높이며 전체적으로 수입품의 가격을 높여 물가를 상승시킨다는 문제점도 발생시킨다.

이러한 환율 불안정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달러 강세'엔화 강세'원화 약세의 현상은 장기적으로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지므로 달러 가치 역전 현상에 따른 또 다른 불안정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가 흔들릴 경우 금융기관의 연쇄 부도가 발생하는 등 더욱 심각한 금융 위기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현재와 같이 수출에 유리한 가격 구조가 지속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가격 경쟁력에 의존하기보다는 보다 기초적인 경쟁력 즉 품질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 이에 못지않게 당장은 원화 약세가 유지된다고 봤을 때 외환 유동성 자금이 제대로 공급될 수 있도록 정책 당국에서 힘쓰는 한편 타국과의 통화 스와프 확대를 통한 환율 변동성 안정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현 경제 위기가 금융과 실물 부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점을 통해 볼 때 재정 정책을 통한 실물시장의 안정뿐만 아니라 환율 정책을 위시로 한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만 현재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하현(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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