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도 날 샌 것 같다. 개회한 지 20일이 지났건만 무엇보다 국민적 관심이 큰 쟁점 법안 처리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번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합의 또는 협의 처리하기로 넘긴 27개 주요 쟁점 법안이 여태껏 어느 하나도 상임위에 올라와 있지 않다. 폐회를 불과 열흘 남긴 상태서 이 모양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상임위별 심사와 통과, 그리고 법사위 통과라는 일정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 임시회기마저 허송하고 만다면 국회는 문을 닫는 게 낫다.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는 고통은 남의 나라 얘기처럼 여기며 놀고먹는 국회의원들을 국민이 피땀 흘려 가며 먹여 살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18대 국회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 날이 도대체 며칠이라도 있는가. 국민이 기억하는 것은 야당의 장외 투쟁, 여당의 집안싸움, 국회 난투극 따위뿐이다. 지난 5월 출범 이후 국회 개점휴업 일수는 넉 달에 가깝다. 폐업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야당과 협의가 안 되면 단독으로라도 쟁점 법안을 상정해야 한다"고 했었다. 쟁점 법안 상정 자체를 막고 있는 민주당을 겨냥한 소리다. 그게 열흘 전이다. 그 이틀 뒤에는 "이제 국회가 밤을 새워서라도 일을 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이례적으로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자청해 한 말이다. 그러고 나서도 달라진 게 없다. 한나라당은 여전히 무기력한 모습을 벗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지리멸렬한 집안 분위기에다 지난 12월 임시국회 이후 야당의 점거 폭력 기세에 눌려 국회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그간 보여온 상임위 보이콧도 틀려먹었다. 의회는 두말할 것도 없이 치열하게 논쟁하는 곳이고 상호 접점을 찾지 못하면 다수결 원칙에 맡기는 게 원칙이다. 지금 상임위 상정 자체를 가로막는 민주당 태도는 의회민주주의 근본인 토론 자체를 걷어차는 짓이다. 민주당이 쟁점 법안을 'MB 악법'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자유이겠으나 논의조차 막는 것은 정상이 아닌 것이다. 더구나 쟁점 법안인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 폐지, 통신비밀보호법, 한미 FTA 비준안 같은 것은 과거 민주당이 여당 시절 앞장섰던 내용들이라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토론 없는 국회는 죽은 국회다. 민주당 박상천 의원이 모든 법안은 일단 상정부터 할 수 있도록 조만간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한다고 한다. 쟁점 법안이라도 토론에 부친 뒤 그 다음 여야 간 조정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괜찮은 아이디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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