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는 연도(위령 기도)가 잔잔히 울려 퍼졌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신자와 시민들은 새벽부터 연도로 슬픔을 가누고 있었다. 장례미사가 끝나고 김수환 추기경의 관을 실은 리무진 운구차가 서서히 움직이자 흐느낌은 높아졌고 곧 통곡으로 바뀌었다. 참았던 슬픔이 한순간 터진 것이다. 장례행렬은 검박했다. 운구차를 뒤따른 것은 정진석 추기경의 승용차, 사제들을 태운 승합차, 유족, 성직자 등을 태운 버스가 고작이었다. 늘 온화한 미소로 가난한 사람들을 품었고, 불의에 맞선 '시대의 양심'으로 살아왔던 추기경의 마지막 가는 길은 이처럼 단출했다. 경기도 용인의 장지까지 가는 길도 교통량이 많지 않은 우회도로를 선택했다. 일반 시민들의 교통에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함이었다. 삼나무로 만든 김 추기경의 관도, 입관된 김 추기경의 모습도 평범했다. 수의 대신, 사제가 미사를 봉헌할 때 입는 제의를 입었다는 점만 달랐을 뿐이다.
앞서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장례미사에는 서울대교구 성당별로 1명씩 선발된 230명의 신자 대표와 신부, 수녀를 비롯해 외빈 100여명 등 총 800여명이 대성전 미사에 참여했다. 추기경의 선종을 애도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신자와 시민들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이를 지켜봤다. 교황장으로 치러진 장례미사는 시작 예식, 말씀 전례, 성찬 전례, 약력 소개와 고별사 순으로 진행됐다. 정진석 추기경이 미사 강론을 맡았고, 오스발도 파딜랴 주한교황청 대사, 한국 천주교회 주교단 대표인 강우일 주교, 정부 대표인 한승수 국무총리, 사제단 대표인 전 가톨릭대학 총장 최승룡 신부, 신자대표인 한홍순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장 등 5명이 고별사를 맡았다.
정 추기경은 미사 강론에서 "김 추기경은 우리 사회의 큰 어른으로서 빛과 희망이 돼 주셨다.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모든 한국인의 '사랑과 평화의 사도'였다. 김 추기경은 사제이기 전에 따뜻하고 상냥한 마음을 지닌 분이었다"며 김 추기경의 명복을 빌었다.
또 "죽음의 허무함과 슬픔을 어떠한 인간적인 언어로도 달래줄 수 없다"며 "그러나 부활을 믿는 신앙인에게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 옮아가는 것'이라는 부활 신앙 덕분에 오히려 희망을 갖고 살고 있다는 것이 큰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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