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은 생전에 "죽어서 앞 못 보는 이들에게 세상의 빛을 선사할 수 있다면 그만큼 기쁜 일은 없을 것"이라 했다 한다. 김 추기경이 기증한 각막으로 오늘 2명의 시각장애인이 눈을 떴다. 서울의 73세 할머니는 54년 만이고 경북의 70세 할아버지는 30년 만이다. 캄캄한 세월을 벗고 빛을 찾은 감격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 가는 길까지 사랑을 베푼 김 추기경의 각막 기증이 세상을 울리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는 하루 평균 20건인 인터넷 장기 기증 희망등록이 어제 하루에는 100여 건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는 어제 하루 동안 4명이 장기 기증 희망등록을 했고 신청서 요청 전화가 10통이 넘었다고 한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생각만 있고 행동에 옮기지 못했었다"며 장기와 각막 모두 기증하겠다고 서약했다. 김 추기경으로 인해 인간애와 생명의 나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김 추기경은 20년 전에 각막 기증을 서약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장기 기증이 사회적 관심을 끈 것은 오래지 않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만 해도 1991년 활동을 시작할 당시 희망등록자는 229명에 불과했다. 그러다 해를 거듭할수록 기증 희망자가 꾸준히 늘어 2005년에는 6만7천394명까지 갔다. 그러나 다시 감소 추세로 돌아서 지난해에는 5만8천926명으로 줄어들었다. 사후에라도 신체 훼손을 꺼리는 전통적 관념 때문이다.
프랑스, 오스트리아 같은 나라는 장기 기증에 대한 절대 거부 의사 표시가 없으면 묵시적 동의로 간주한다. 미국, 영국, 호주는 운전면허증 교부 때 장기 기증 의사 여부를 표시한다. 우리도 이들 나라처럼 장기 기증을 제도화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김 추기경에서 보듯 지도층이 앞장을 서면 분위기는 상당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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