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비 없어 눈물짓는 학생 는다

입력 2009-02-17 09:17:30

대구 모 중학교 교사 A씨는 얼마 전 한 학생과 상담하다 눈물을 훔쳤다. 학교 급식비가 6개월째 밀려 30만원이 넘었기에 학생을 불러 채근하던 참이었다. 학교 회계가 시작하는 3월 전까지는 밀린 급식비를 해결해야 했다. 그러나 '살림을 책임졌던 큰형이 지난가을 일자리를 잃어 돈이 없다'는 학생의 눈물겨운 사연에 할말을 잃었다. A교사는 "학교 동창회에 건의해 장학금을 받도록 했지만 여전히 급식비 절반이 밀렸다"며 "관련법상 지원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따로 도울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급식비 독촉에 눈물이 난다=경기한파로 인해 월 5만, 6만원의 학교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가장의 실직이나 가계 부도 등으로 인해 갑작스레 최하층으로 전락한 경우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3개월 이상 급식비를 미납한 초·중·고교생은 2006년 93명, 2007년 253명으로 늘었다.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 1개월 이상 급식비 미납학생은 4천706명으로 집계됐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4천706명 중 3개월 이상 미납자가 어느 정도인지는 현재로선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방학 중 급식 지원대상 학생이 2007년 9천여명에서 지난해 2만4천여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난 점으로 미뤄보면 급식비 미납 학생은 크게 늘었을 것"이라고 했다.

학부모 K(44·여)씨는 지난 14일 고교생 아들의 휴대폰 문자메시지에 억장이 무너졌다. '14일까지 급식비를 내지 않으면 16일(개학일)부터 급식 제공이 중단된다'는 내용이었다. 아들은 지난달 석식비 1개월분과 중식비 1개월분 등 10여만원을 내지 못했다. 건축 일용직인 남편이 두달 넘게 일이 없어 쉬고 있고 K씨 자신도 다리가 아파 아르바이트를 그만뒀기 때문이다. 신학기 교과서 값 7만5천원을 내지 못해 빈 손으로 왔다는 아들의 말은 또 한번 가슴을 때렸다. K씨는 "부모 잘못 만난 아이에게 미안하지만 아이를 슬프게 만든 학교 측에도 화가 난다"고 했다.

대구 모 실업계고교 행정실 직원인 B씨는 재학생 중 1개월 이상 급식비가 밀린 학생은 전체의 20%(200여명)가 넘는다고 했다. 이 중 10명 정도는 3개월 이상 급식비 미납자라고 했다. B씨는 "스쿨뱅킹으로 학부모 통장에서 급식비를 자동이체하는데 잔고가 없어 미납처리되는 경우가 많다"며 "한 학부모는 '이제 미수금이 들어왔다'며 밀린 1년치 급식비를 한꺼번에 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급식비 지원은 계속 확대=교육당국은 학교 급식비 지원 대상을 크게 확대하는 추세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학생 3만5천306명(전체의 8.6%)에게 10억6천여만원의 급식비를 지원했고 올해는 학생 3만7천361명(9.4%)에게 13억2천여만원의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시교육청 윤연옥 급식지원담당은 "학교마다 급식 상담 창구를 만들고 급식비를 내기 힘든 학생들을 돕고 있다"며 "기존 기초수급가정이나 차상위 계층 이외의 학생까지 범위를 넓혀 2011년에는 지원 대상을 10%선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