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명절이나 대보름 무렵에 큰소리를 내며 운다는 떡갈나무가 안동에 있다. 숱한 마을 주민들이 나무울음소리를 들었다고 전하는 현장을 찾았다.
"수년 전부터 마을 앞에 서 있는 떡갈나무의 울음소리를 들었으며 올 들어 유난히 울음소리가 크고 잦다. 나무가 울면 큰 일이 생긴다고 하는데 걱정이다." 15일 안동 임동면 대곡리 해천마을 주민들이 떡갈나무 주위로 삼삼오오 모여 웅성거렸다.
마을 어귀 동산에 서 있는 수령 400~500여년의 떡갈나무가 간밤에 여러 차례 '따르륵 따르륵'거리며 울었기 때문이다. 이날 나무 울음소리를 듣고 걱정이 된 10여명의 주민들은 중장비를 동원해 속칭 '울음소리 나무' 주변에 쌓인 쓰레기를 치우는 등 환경정비에 나서기도 했다.
주민들은 "오랜 세월 이 나무가 운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어제 저녁처럼 생생하게 들리기는 처음"이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울음소리 나무'는 해발 500여m 두름산 중턱에 22가구가 살고 있는 해천마을 입구 비탈에 서 있다.
몸통 둘레가 1m, 높이 10여m에 나무 전체 둘레가 40여m가 넘어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았다. 이곳과 500여m 떨어진 동암사의 우석현 보살은 "나무 울음소리를 심심찮게 들어왔다. 지난 정월대보름날 오전 5시쯤에는 나무 울음소리가 유난히 커 잠을 설쳤다"며 "무슨 변고인지 걱정"이라고 했다.
이 마을 김세열(59) 반장은 "어릴 적부터 어른들께 이야기를 전해들었고, 몇차례 직접 들었다"며 "올 설날과 보름날에는 유난히 큰 소리로 울었다"고 전했다. 이 나무는 주로 오전 7~8시 사이에 자주 울지만 한낮에 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마을 원로인 김정환(75)씨는 "떡갈나무를 마을 수호신목으로 정해 해마다 동제를 올려 마을의 안녕을 빌어야 겠다"며 "안동시도 이 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해 제대로 관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안동지역에는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 소리내어 울어 신목(神木)으로 알려진 수령 700여년 된 용계 은행나무(천연기념물 175호)가 있다. 이 은행나무는 임하댐 수몰을 앞두고도 한차례 울었다고 전한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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