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휘의 교열 斷想] 화염에 휩싸인

입력 2009-02-16 06:00:00

정월대보름인 지난 9일 저녁. 창녕 화왕산 '억새 태우기' 행사를 지켜보던 관람객 4명이 갑자기 불어 닥친 역풍으로 인하여 불길에 휩싸이면서 숨진 사고는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 火旺山(화왕산)의 이름이 '큰불뫼'로 불렸던 것처럼 화왕산에 불기운이 들어야 풍년이 되고 재앙이 물러간다는 설에 따라 시작됐던 행사가 엉뚱하게도 재앙을 불러왔으니 말이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이 행사를 더 이상 치르지 않기로 했다니 다행이다.

"미국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인 미국민 소비가 폭설 한파에 휩쌓인 채 한 해를 마감하고 있다." "개미 투자자들이 폭락 장세에서 실패를 겪는 이유는 폭락 초기의 매도 시점을 놓치고, 공포감에 휩쌓인 후 폭락 말기의 매수 시점에 주식을 내다 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등에서 나오는 '휩쌓인'은 '휩싸인'의 잘못된 표기이다.

'휩싸이다'는 휘휘 둘러 감아서 싸다, 어떤 감정이 가득하여 마음을 뒤덮다, 어떤 것이 다른 것을 온통 뒤덮다라는 뜻의 '휩싸다'의 피동으로 휩쌈을 당하는 것이다. 즉 물건을 포개어 높게 하거나, 기술이나 경험 지식 등을 많이 닦거나 이루다란 뜻의 '쌓다'란 의미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휩싸이다'와 같이 착오를 일으키는 단어로 '둘러싸다'와 '둘러쌓다'가 있다.

'둘러쌓다'는 빙 둘러서 둥글게 쌓다의 뜻으로 "예전엔 성을 둘러쌓아 적의 침공을 막았다." "화단을 벽돌로 둘러쌓아 만들었다." 등으로 쓰인다. 다음 예문에 나오는 '둘러쌓인'은 모두 다 잘못된 표기이다.

"의성에서도 동부 산악 지대에 위치한 윤암 1리는 동쪽 마을 입구를 제외하고 삼면이 야산으로 둘러쌓인 오지 마을인 데다 마을 위쪽에는 민가가 없어 친환경농업을 실천하기에 적합하다." "아이들을 태우고 동네 유람에 나설 누런 황소와 태어난 지 닷새 됐다는 송아지가 아이들에게 둘러쌓인다." "백두대간의 그림 같은 비경에 둘러쌓인 문경GC는 민·관 합작기업인 문경레저타운이 만든 퍼블릭 18홀의 골프장이다."

'둘러싸이다'는 빙 둘러서 감싸다 또는 둥글게 에워싸다란 '둘러싸다'의 피동으로 빙 둘러쌈을 당하다란 뜻이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해산물이 풍부하다." "개활지는 약 5도의 경사를 이룬 채 빽빽한 잡목들에 둘러싸여 절 마당처럼 깨끗하고 조용했다."로 쓰인다.

무슨 사건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기자들의 취재 경쟁은 치열하다. 그럴 때일수록 화제의 주인공은 본의 아니게 기자들에게 빙 둘러싸이게 된다. 이왕이면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부녀자 연쇄살인범이 아니라 피겨여왕 김연아처럼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취재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신문과 방송 뉴스를 접하는 국민들도 마찬가지리라.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