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 포커스]김주수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사장

입력 2009-02-16 06:00:00

"늘 고향을 생각하면서 고향을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김주수(56)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사장은 고향인 의성마늘과 안계쌀을 비롯해 영주와 청송사과, 포도와 자두 등 경상북도에서 생산한 각종 농수산물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드러내놓고 특혜를 받지는 않지만 경북산(産) 농산물은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특별대우를 받는다.

그의 고향 사랑은 이처럼 남다르다. 의성이 농업 중심 군(郡)이기 때문에 고향에 가서 봉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때 직접 의성군수 선거에 도전했다. 그러나 결과는 낙선이었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출마했지만 의성에서는 "농림부 차관까지 지낸 사람이 왜 의성군수를 하려고 하느냐"며 색안경을 끼고 표를 주지 않았다. 하긴 차관까지 지낸 사람이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라 군수 선거에 나선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김 사장은 "농림부에서 30여년간 일한 공직 경력을 살려 마지막 공직 봉사로 생각하고 고향의 군수를 하려고 했는데 진의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름조차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패인을 설명했다.

"고향에는 항상 자주 갔고 챙기기도 했지만 국장급 이상이 되면서는 자칫 다른 생각이 있는 것으로 오해를 살까봐 드러내 놓고 챙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공직에 있는 사람은 기회 있을 때 고향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고향 후배들도 챙겨야 합니다."

그래서인가 요즘도 경북도나 의성군 등의 농식품부 관련 민원은 김 사장에게 몰린다. 농식품부 내 국·과장 등 직원들에게 신망이 높아 아직도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1975년 행정고시(18회)에 합격한 후 줄곧 농림부에서 국·과장을 지냈고 청와대 농림해양수산비서관을 거쳐, 차관보와 차관까지 지낸 정통 관료다. 청와대 비서관과 차관보 시절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과 쌀협상을 주도적으로 처리했다. 선거에 나섰을 때 농민단체는 그에게 '개방론자'라며 삿대질을 했고, 그는 "개방에 따른 농어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누구보다 앞장섰다" 고 반박했지만 농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정책보다는 정서로 접근해야 하는데 당시 그는 민심을 제대로 잡지 못했던 셈이다.

김 사장과 가장 가까운 친구는 우동기 전 영남대 총장이다. 교촌초교와 안계중을 함께 다닌 두 사람은 사고도 많이 쳤다. 초교 때 우 전 총장이 단짝 친구였던 김 사장의 귀를 후벼준다며 색연필을 귓속에 집어넣었다가 부러져 녹아내리는 바람에 병원에 가야 했던 아찔한 추억도 공유하고 있다.

올 2월 그는 지방 공기업 경영대상에서 특별상인 고객만족상을 받았다. 전국 농수산물의 50% 이상이 유통되는 서울시농수산물공사가 운영하는 가락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악취를 없애기 위해 시장 내 청소 대행업체를 하나로 통합하는 등의 지속적인 경영혁신 노력이 성공한 덕택이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