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하의 골프 즐겨찾기] 첫 홀은 자신 있는 클럽으로

입력 2009-02-13 08:50:15

프로나 아마추어나 첫 홀, 첫 티샷을 제일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물론 드라이빙 지역에서 워밍업을 충분히 하였지만 첫 홀의 첫 티샷이 좋아야 그날의 경기를 기분좋게 할 수 있는데 첫 홀, 첫 티샷부터 마음에 들지 않게 날아간다면 프로는 한 두 홀에서 나쁜 스코어를 만들 것이고 아마추어들은 대부분 전반 홀을 망칠 것이다. 왜 이렇게 첫 홀, 첫 티샷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 하면 골프는 정신력이 70% 이상을 좌우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1999년 태국에서 펼쳐진 조니워커 클래식 1라운드 첫 홀에서 타이거 우즈가 보여 준 좋은 예를 소개할까 한다. 약관의 나이에 세계 골프 무대를 석권한 우즈는 당시 어머니의 나라 태국에 처음으로 초청되었다. 태국 정부에서는 국빈 대접을 하며 태국 국왕이 손수 최고의 영예인 훈장까지 수여하였다. 태국 국민들은 우즈를 자신의 국가 영웅보다도 더욱 칭송하고 환영했다. 첫 홀 티 그라운드에 올라선 우즈는 고무돼 열렬히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300야드를 넘나드는 빨랫줄 같은 드라이버를 선사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았을 것이다.

드라이버의 헤드 커버를 자신있게 벗기려고 하는 순간 당시 우즈의 전담 캐디가 드라이버를 슬쩍 뺏으며 2번 아이언을 건너는 것이 아닌가. 피끊는 청춘의 마음을 몰라주어도 유분수지, 열광하는 관중들 앞에서 체면 구기는 모양이 된 우즈는 캐디와 드라이버를 치려고 몇 번이고 옥신각신하였다. 결국 캐디가 건네준 2번 아이언으로 안전한 곳으로 샷을 한 우즈는 버디를 잡고 1라운드를 기분좋게 끝낼 수 있었다. 우즈가 보여준 이 장면은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는 지혜로운 선택임에 분명하다.

주말 골퍼들은 더더욱 첫 홀, 첫 티샷의 승패에 따라 전반기 라운드의 좋고 나쁨이 판가름 난다. 또 필드 경험이 적은 초보자들이나 여성 골퍼들은 이런 상황을 많이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첫 홀, 첫 티샷을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첫 티샷을 대부분 드라이버로 치려고 하는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드라이버는 잘만 맞으면 클럽 중에서 가장 멀리 공을 날리는 클럽이지만 타격 시 조금이라도 스위트 스팟(타면의 중심점)에서 벗어나면 페어웨이를 벗어나기 일쑤다.

반면 3번 우드는 로프트 각도(클럽페이스 면의 열린 정도)가 15 ~17도 사이로 드라이버보다 적게는 3도, 많게는 5도까지 열려 있어 거리는 조금 줄지만 안전한 클럽이다. 정타로 맞지 않아도 좌우로 휘는 사이드 스핀이 적게 걸리므로 안전하게 치기에는 좋다. 특히 거리가 많이 나지 않는 여성 골퍼들은 레귤레이션 온그린을 잘 할 수 없기 때문에 파4홀에서는 처음부터 3온 2퍼터 작전으로 3번 우드나 5번 아이언으로 첫 홀, 첫 티샷을 하면 한결 부드러운 스윙이 나와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첫 홀, 첫 티샷은 자신있는 클럽인 3번 우드나 5번 아이언, 7번 아이언으로 하는 것이 좋고 굳이 드라이버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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